오일파스텔 그림이 감성적인 이유
‘제 꽃밭 그림 속 줄기가 가늘고 섬세하게 그려지지 않아요, 선생님.’ 수강생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며 내게 건넨 말이다. 아마도 오일 파스텔이 방금 깎은 색연필처럼 뾰족하다면 원하는 모양으로 잘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포함한 말이었을 것이다.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오일 파스텔은 외양을 보았을 때 섬세함과는 거리가 먼 듯해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부드러운 오일 파스텔로 그린 섬세한 그림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선뜻 풀어내기 어려운 이 문제를 해결해 줄 방법은 바로 부드럽게 묘사하기이다.
부드럽게 묘사한다는 것은 한 번에 날카롭고 얇은 터치로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흐트러진 터치들을 정리해 가며 점차 다듬어간다는 의미이다. 뭉뚝한 오일 파스텔로 가늘고 긴 줄기를 한 번에 그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재료의 특성상 처음에 굵은 선을 긋고 나서 크고 작은 터치들을 여러 번 쌓아가며 선의 굵기를 줄여가는 방식으로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기에 가늘고 긴 줄기라고 할지라도 처음에는 두꺼운 선으로 그리며 멀리 바라보자. 잘 그려지지 않았던 이유가 손재주가 없어서라거나 내 파스텔이 유독 뭉뚝해서가 아니라 오일 파스텔 고유의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줄기 주변에 배경색이나 꽃잎을 추가로 그리다 보면 두께가 가늘어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섬세한 사람은 상대방을 찌를 것 같이 날카로울 때도 있지만 예리한 면이 있어 다른 사람의 감정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반면에 둔한 사람은 둥글둥글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서운한 마음을 눈치채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뾰족한 연필이나 펜 그림은 섬세함이 매력이지만 냉철하고 차가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반면 오일 파스텔 그림은 둔해 보이기는 하지만 은은하게 흐트러진 터치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오일 파스텔을 잘 다룰 줄 알게 되면 솜사탕처럼 몽글몽글한 블렌딩 효과와 은은한 파스텔컬러의 조화를 통해 감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