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파스텔 블렌딩 노하우
오로라와 핑크빛 하늘을 그리는 일이 파란 하늘 그리기보다 어려운 이유는 채도가 강한 높은 두 색을 적절히 블렌딩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롱한 오로라의 보랏빛과 민트빛 그리고 블루 컬러를 자연스럽게 섞는 일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파아란 하늘에 아름답게 물든 핑크빛 색상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파란색에서 하늘색까지 연결되게 그리는 것은 쉬워 보일 것이다. 단계에 따라 짙고 연한 정도만 다르게 표현하면 되기 때문이다.
오일파스텔 풍경화를 그릴 때 유념해야 할 부분 중 하나는 밝은 색부터 어두운 색 순서로 칠해가는 것이 낫다는 점이다. 오일파스텔에 오일이 들어 있어 크레파스보다 혼색이 잘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브랜드별 오일 함량에 따라 어두운 색 위에 밝은 색을 얹었을 때 탁해지거나 채도가 낮아지는 현상을 겪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오일 함량이 높은 파스텔이라면 곧잘 티가 나지 않게 색이 잘 올라가겠지만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에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 좋다. 그라데이션 표현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차가운 색상보다는 따뜻한 색상을 먼저 칠해주는 것이 유리하므로, 블루 색상보다는 핑크색을, 보라색보다는 민트색 부분을 먼저 칠해준 뒤 나머지를 채워가는 식의 순서를 추천하고 싶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 때 운이 따라준다면 솜사탕 같은 구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구름이 하늘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늘과 구름의 색상이 겹쳐 보이지만 두 색이 섞여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땅에서 올려다본 하늘 위 구름도 마찬가지이다. 끓고 있는 주전자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떠올려보면 하늘의 색상과 새하얀 구름이 혼합이 된다는 느낌보다는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가는 느낌을 알아챌 수 있다.
‘Blend’란 동사로서 ‘섞다, 혼합하다, 고르게 하다’라는 의미가 있으며, 자동사로서 ‘어울리다, 조화되다’라는 뜻을 지닌다. 오일파스텔로 블렌딩을 한다는 것은 색조가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을 연관성 없어 보이는 색을 가지고 표현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일 수 있다. 서로 다른 색상을 자연스럽게 섞는다는 것이 어쩌면 애초에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쉽게 접근해 본다면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색에서 새로운 색을 만들어 나타낸다는 생각보다는 여러 색이 자연스럽게 도화지 위에 스며든다고 생각해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