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그림 그리기
크레파스는 어렸을 적에 누구나 한 번쯤 접해보았을 익숙한 미술 재료일 것이다. 접근성이 쉬워서인지 아이들의 그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재료여서인지 크레파스에 대해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오해가 많은듯해 보인다. 사실 크레파스와 오일파스텔은 매우 유사한 재료이다. 크레파스는 왁스를 원료로 하고 오일 파스텔은 오일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색상끼리 잘 섞이지 않는 크레파스와 달리 오일 파스텔은 블렌딩이 가능하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둥근 크레파스처럼 보이는 오일 파스텔은 사용하기 쉬운 재료로 느껴지기 쉽다. 처음 시작하는 이가 부푼 기대를 갖고 자신 있게 그려보지만, 어린 시절 그렸던 그림 일기장의 한 부분 같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울지 모른다. 여기에서 좀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오일 파스텔에서 크레파스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야 한다. 새롭게 배우는 재료로 여겨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른 재료와 달리 오일 파스텔만이 지니고 있는 특성을 파악하고, 그것을 살려 표현했을 때 당신이 원하는 느낌의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오일 파스텔은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 표현이 가능하다. 블렌딩 하는 방법을 차근히 익히고, 색의 단계를 나눌 수 있게 되면 오일 파스텔의 느낌을 살려 그림을 그리는 일이 쉬워질 것이다.
블렌딩 하는 과정을 메이크업에 빗대보기로 하자. 중요한 약속을 앞두고 예쁘게 꾸미고 싶어 마음먹고 화장대 앞에 앉는다. 먼저 아이섀도를 이용해 눈 주변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다. 스킨 컬러부터 딥 브라운 컬러까지 컬러 팔레트 속 색조의 혼합은 깊고 은은한 눈망울을 만들어줄 것이다. 진한 블랙 색상의 아이라인은 눈매를 좀 더 또렷하게 바꾸어 주고, 펄이 섞인 은은한 하이라이터는 코끝을 좀 더 날렵하게 해 줄 것이며, 브라운 섀도는 가을의 단아한 분위기를 풍기도록 도와줄 것이다.
오일 파스텔 블렌딩 방법도 화장하는 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섀도의 색상을 연한 색부터 진한 컬러까지 차곡히 쌓아주듯 오일파스텔도 연한 색에서 진한색으로 순서대로 블렌딩 해주면 된다. 아직 찰필이 익숙하지 않다면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면봉을 꺼내보는 것도 좋다. 이를 사용해 색을 적절히 배합해 섞어주면 입체감 있는 묘사가 가능해진다. 쉽게 생각해 평면적으로 보이는 사물을 곧 튀어나올 것 같은 3D영화 속 일부분처럼 바꾸어 주는 셈이다. 그림을 입체감 있게 그리기 위해서는 덩어리감이라 불리는 양감 표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빛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면은 밝게, 그렇지 않은 면은 어둡게 칠해가며 밋밋했던 그림에 생기를 불어넣는 과정 말이다.
이제 여러분의 마음속에 들어온 ‘둥근 크레파스’는 스스로의 모습처럼 성장하고 발전하며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가고 있을 것이다. 빨간 동그라미로 표현했던 사과는 빨강과 노랑, 초록빛의 블렌딩을 통해 입체감 있는 구로 변해가고, 같은 색으로 빽빽하게 채워졌던 얼굴 그림 위에는 높낮이에 따라 생기는 그림자가 자연스럽게 펼쳐질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을 상상하고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변화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 한 단계씩 나아가면서 점점 더 많은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