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즈음 컴퓨터 보급이 확산되었다. 우리 집도 편승해 컴퓨터를 들여놨다.
문제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사춘기가 시작되었고, 2학년이 되면서 절정에 달했다. 공부는 뒷전이고 게임에만 몰두하니 아이와 다툼이 끊이질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제법 똑똑하단 소리를 듣고, 성적으로 엄마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말로만 듣던 그 '중2병'까지 왔으니 매일매일이 눈에 보이듯 뻔한 상황이었다.
컴퓨터를 접하며 게임을 알게 되고 친구들이나 컴퓨터 속 낯선 사람들과의 게임이 얼마나 재미난 신세계였을까. 학교와 아파트 놀이터, 가끔은 인근 야산으로 곤충을 잡으러 다니던 아이들은 어느새 컴퓨터 속 세상으로 들어갔다.
컴퓨터 게임의 실체를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부모라는 힘으로 누르려고만 했다. 그러나 사춘기의 절정에 선아이는 어른의 힘에 눌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세게 튕겨져 나갔다. 집을 나간 아이를 일주일 만에 어르고 달래 데려왔고,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시간을 보냈다.
중학교에 입학시키고 처음 참석한 학부모 회의에서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지금부터 아이들 잘 지켜보세요. 앞뒤 가리지 않고 무서움이 없는 나이입니다. 고등학교만 들어가도 철이 어느 정도 들고 잠잠해집니다. 지금부터 삼 년만 잘 버티십시오."
정말로 그런 세월을 보냈다.
지난 늦가을부터 아파지기 시작한 오른쪽 팔이 새해가 되면서 더욱 심해졌다. 게다가 봄이 오기도 전에 찾아오는 몸살은 나를 나락 끝으로 끌어내렸다. 만사가 귀찮고 하고자 하는 의욕마저 사라졌다. 빈둥거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휴대폰에서 게임을 하나 내려받았다. 해보니 재미있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독서 챌린지를 하면서도 게임이 먼저였다. 운전 중에도 신호등에 걸리면 전화기를 켰다. 저녁 뉴스 시간에도 귀로는 소리를 듣고 손은 화면 위에서 분주했다.
레벨 육백을 깨는 두 달 동안 전화기는 손에서 떠날 줄 몰랐다. 심란한 마음 달래기에 그것만 한 것이 없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시간은 사라졌다. 가끔 이러면 안 되는데, 책 읽고 글도 써야 하는데 생각은 하면서도 쉽게 놓아지지 않았다. 중독이 이런 거구나 생각도 했다. 그제야 어린 시절 아이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도 퇴근해 오면 컴퓨터 먼저 키는 다 큰 아들을 그저 바라볼 뿐이다. 나 역시 직장생활을 해 보았기에 그가 받는 스트레스 강도를 알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빠져나왔다. 그렇다고 완전히 끊은 건 아니다. 다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오고, 게임보다는 책 읽기가 우선 되었다. 하지만 잡생각이 들 때면 삭제했던 앱을 다시 내려받는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반복되는 상황이 싫다. 알아서 차단해 주는 뭔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은 머리로 하는 것과 몸으로 겪어 보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자꾸 잊어버린다. 게임에 빠져 날려버린 두 달의 시간이 다시 알게 하고 깨우침을 췄다.
그나저나 게임에서 손을 완전히 떼야하는데,,,,
몸이 편안해지면 그리 될 것이라 자신을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