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늄 전성시대

by 여행강타

2년 전, 이웃으로부터 꽃이 활짝 핀 제라늄 화분 세 개를 받았다. 처음엔 괜찮다고 사양했다. 화초를 키우는 데는 영 소질이 없는 데다, 집에는 모든 화초를 뜯어 망가뜨리는 고양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웃도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데, 제라늄만큼은 건드리지 않는다며 한번 키워보라고 했다. 탐스럽게 핀 꽃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고양이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말에 반쯤 속는 셈 치고 세 개를 들였다.


사실 나는 코로나 시기에 무료함을 달래려 다육식물에 심취한 적이 있다. 일주일에 두 번씩 화원을 들락거리며 백여 개를 사들여 정성껏 돌봤지만, 지금은 단 하나도 남이 있지 않다. 베란다라는 환경이 적합하지 않았던 데다, 과한 관심과 애정이 오히려 독이 되어 하나둘 시들어 갔다. 끝내 몇 개만 남았을 때는, 죽어가는 식물도 살려내는 친구에게 모두 맡겨버렸다.


이런 손이지만 꽃은 보고 싶었다. 다육식물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며 시작한 것이 제라늄이었다.



탐스러운 꽃송이는 봄 내내 마음에 편안함을 주었다. 볕 좋은 베란다 한편을 차지하고, 이대로 잘 자라줄 것만 같았다. 나 또한 나름대로 정성으로 돌봤으니까. 그러나 한여름이 되자 상황은 서서히 달라졌다. 잎은 말라 떨어졌고 화초라고 하기엔 부족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방법을 찾아보려 애썼다. AI에게도 물어보고, 아파트 장터에 오는 화원 사장님께도 묻고, 하다못해 길 가다 잘 키운 제라늄만 봐도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관리법을 묻기까지 했다. 그렇게 들은 이야기를 모아 나름대로 돌봤지만,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에이 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상하게 오기가 생겼다. 물 주는 주기를 바꿔보고, 양을 조절해 보기도 하고, 분갈이도 해보았다. 웃자라 모양이 없어진 가지는 과감히 잘라 새 화분에 옮겨 개체 수도 늘렸다. 하지만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생각해 보니 문제는 햇빛과 공기였다. 우리 집 베란다는 정오쯤부터 5시까지 햇빛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방충망을 통과해야 하는 빛의 강도는 달랐다. 해충을 막기 위해 설치한 방충망이 식물에는 온전한 빛과 바람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던 셈이다.

겨울이 되면서 다시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추운 날에는 거실로 들이고, 낮에는 베란다로 내놓으며 식물 등을 켜 주었다. 그렇게 세심하게 관리하며 겨울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봄이 왔다. 베란다 밖 난간에 설치할 화분 걸이를 주문해 설치했다. 때아닌 이른 더위가 찾아왔을 땐 밖으로 내놓아 햇빛과 바람을 충분히 쐬게 하고, 기온이 떨어지는 저녁에는 다시 들여 면역력을 키웠다. 4월 말인 지금도 정오가 되면 내놓고, 해가 기울면 안으로 들이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그 정성 덕분인지, 제라늄은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화원에서 보던 것만큼 풍성하진 않지만, 나름의 빛깔과 모양으로 피어난 꽃이 충분히 사랑스럽다.

돌이켜보면 식물은 사람보다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말하지 않기에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하고,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내가 주는 관심과 환경이 그대로 결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피어난 제라늄을 보고 있으면 '잘 키웠다'는 생각보다는, 여기까지 온 시간이 먼저 떠오른다. 포기하지 않고 물을 주고, 옮기고, 다시 들이고 내놓던 날들. 나도 꽤 잘 버텨온 날들이었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나의 제라늄 전성시대는 이제부터일 것이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