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오픈 런

by 여행강타

지난주 금요일, 오후가 되면서 몸이 으슬으슬 추워지기 시작하더니 밤이 되면서 목이 잠겨버렸다. 어찌 이리도 불청객은 한 번도 거르는 적이 없는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부지런히 움직이고, 주말이면 늦잠을 자는 것이 루틴처럼 굳어진 일상인데, 그런 늦잠을 포기하고 병원으로 향해야 했다.

집에서 실렁실렁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이비인후과다. 가면 기본이 2시간은 대기해야 한다. 10년 넘게 다닌 병원이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입소문을 탄 탓인지, 갈수록 대기 시간이 길어졌다.

토요일 아침, 나도 남들처럼 일찍 가서 예약을 해 두기로 했다. 차라리 집에서 가까우니 두 번 오가는 한이 있어도 두 시간씩 기다리고 싶지는 않았다. 안 그러면 진료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부지런을 떨어 나름 일찍 간다고 해도 접수 마감으로 진료를 보지 못한 게 여러 번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8시에 병원에 도착했다.


허걱~

이미 11시까지 예약이 다 차 있었다. 토요일이라 더 몰린 듯했다. 황당한 마음에 간호사에게 물었다.


"도대체 몇 시부터 접수를 받기에 이 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예약을 하고 간 건가요?"

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손님에게 여쭤보니, 7시에 와서 기다렸다가 선생님이 7시 20분쯤 오셔서 문을 열면 접수하고 가신다 하더라고요."


주사를 맞고 4일 치 약을 받아 복용했지만, 완전히 낫지 않아 다시 병원에 가야 했다.

이번에는 더 일찍 움직였다. 아침 7시에 아들을 역에 데려다주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도착 시간은 7시 30분. 아직 병원 문은 열리지 않았고 이미 두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나는 세 번째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줄은 점점 길어졌다.


기다리며 사람들은 한 마디씩 했다.

"전화 예약 좀 받아주면 좋을 텐데."

"앱으로 하면 편할 텐데 왜 안 할까요?"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7시 35분, 선생님이 오시고 병원 문이 열렸다. 순서대로 들어가 예약 시간을 적었다. 나는 9시 30분으로 예약을 잡고 집으로 돌아와 대충 집안일을 마무리해 놓고 시간에 맞춰 가니 11시까지 예약이 꽉 차 있었다.


궁금해서 물어봤다.

"전화 예약은 왜 안 받으세요?"

간호사가 차분히 설명했다.

이 병원에는 연세 많은 어르신들이 많이 오시는데, 전화나 앱을 사용하여 예약을 받으면 젊은 사람에게 밀려 진료받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앱을 도입했다가 더 큰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앱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오시면 눈치껏 중간에 넣어 진료를 받게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앱을 들이밀며 순서가 아니라며 항의가 잦아져 결국 모두 없앴다는 것이다. 물론 6~70대 어르신들도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대부분은 못 하시니 그분들을 배려해 진료를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도 덧붙였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쉽게 불평할 수만은 없었다.


이 병원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의사 선생님 때문이다. 자그마한 체구에 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지만, 진료를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많은 환자를 보면서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한결같이 상냥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또한 약을 세게 쓰는 것도 아닌데, 다를 병원보다 훨씬 빨리 낫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일까, 다른 동네에서 까지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내 앞에 서 있던 사람도 그중 하나였다.

"전 이 동네 사람 아닌데요, 여기 오면 빨리 낳게 해 주니 줄을 안 설 수가 없어요."


나도 이제 60이 넘은 나이이다. 집이 가깝다고는 하지만, 하루에 두 번씩 병원을 오가는 일이 쉬울 리 없다. 그럼에도 이 병원을 다니는 한, 이런 수고는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어쩌랴.

조금 더 걷고, 한 번 더 다녀오는 수고쯤은 감수해야지.

빠르고 편한 것보다, 천천히 돌아가더라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방식이 내 마음을 적신다.

아마도 나는 다음에도 한 번의 진료를 위해 두 번의 발걸음을 할 것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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