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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강타 May 08. 2024

그 여자 그녀 이야기

가족 1



"막둥아~~? 너 ㅇ월ㅇ일 시간 되니?"

그녀의 오빠는 아직도 그녀를 그렇게 부른다.

어려서부터 들어온 터라 익숙하고 나이 들어서도 싫지 않고 정이 느껴져 오히려 '막둥아'라고 부르는 소리가 듣기 좋다.

"그날 약속 있는데 왜?"

"나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데 보호자 사인이 있어야 입원을 할 수 있거든"

"그래? 그럼 약속 취소하지 뭐. 근데 어디가 아파서 입원을 해?"

"대장암 이래 두 달 전 병원 갔을 때도 아무 말 안 했는데 일주일 전 검사에 발견되어서 그날 입원하라고 연락이 왔네."

"그래~ 그럼 그날 ㅇㅇ시에 병원 로비에서 봐~~"

"그래 그날 보자~"

 

그녀에겐 오빠 둘이 있다. 그녀를 포함 삼 남매뿐이고 가까이 살고 있는 큰 오빠 하구만 연락 왕래를 하며 지낸다. 그녀에게 있어 큰오빠는 그녀가 유일하게 의지하는 아버지 같은 존재이다. 그런 오빠가 암이라고, 입원해야 한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내색하지 않으려고 담담한 척 전화를 받긴 했지만 걱정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차올라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녀의 오빠는 나이도 많지만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다. 그래서 입원을 하려면 가까이 살고 있는 그녀가 보호자로서 병원에 동행해서 사인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일없고 사연 없는 집이 어디 있겠는가. 흔히 하는 말로  풀어보면 석 달 열흘 이야기 감이 있고 소설책 한 권으로는 부족한 가정사가  어느 집에나 있기 마련이다. 지면을 통해 다 털어놓을 수는 없지만 그저 나이가 들고 혼자 사는 것을 보면 안쓰럽고 짠하고 마음이 아플 뿐이다. 한동안 일주일에 한 번이나 두 번 반찬을 해다 주기도 했지만 늙어 먹는 것도 많지 않으니 그만 두라 하여 그것도 그만둔 상태이다. 젊어서는 목소리 큰 게 싫고 오지랖이 열두 폭 치마 보다도 넒은게 싫어 특별한 날 이아니면 얼굴 볼일도 없었는데 서로가 나이가 들어 늙어가고 가까운 곳에 살다 보니 전화도 저주하고 사소한 일에도 서로 챙겨주는 아주 친밀한 사이가 된 것이다.  


그녀의 작은 오빠는 그녀와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살고 있다. 큰오빠 보다도 더 살갑고 따듯한 사람으로 그녀는 전화를 하지 않아도 가끔 전화해 하나뿐인 여동생이 잘 있는지 살피는 자상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어 왕래는 둘째치고 연락도 안 하고 살고 있는 게 수년이 되었다. 사실 삼 남매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각자 가정 꾸려 각자의 위치에서 잘 살고 있다. 새로 가족의 구성원이 들어오면서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르다 보니 삼 남매는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고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서로가 연락 안 하는 것이 도움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슬프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

"막둥아~? 너 오늘 집에 있을 거냐?"

"오전에는 집에 있을 거야 왜?"

"그럼 내가 좀 있다 갈게."

오전 11시 그녀의 집을 방문한 그녀의 오빠는 서류 한 장을 내밀며 그녀의 사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유인즉 본인 사망 후 시신 기증을 하겠다고 오래전 신청을 했는데 가족의 동의서가 있어야만 되는 것이어서 먼저 가까이 사는 그녀이게 사인을 받으러 온 것이고 작은오빠에게 우편으로 보내 사인을 받을 것이라 했다. TV를 통해 가끔 접하는 뉴스가 그녀의 일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지만 오빠의 의사를 존중해 사인을 해 주었다.


오빠의 암은 3기로 수술은 잘 끝난 상태이고 2주 후 항암 치료를 위해 또 병원에 입원하러 가야 한다. 오빠가 늘 그녀를 걱정해 주는 상황에서 이제는 그녀가 오빠를 걱정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녀는 종종 무서움이 엄습해 온다. 그녀 자신에게 어떠한 일이 닥치면 제일 먼저 달려 올 사람이 큰오빠이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백 프로 그녀의 편이 되어 줄 사람이 큰오빠인데 그런 사람이 떠날까 봐 두렵다. 암이라는 병이 시신기증이란 서류가 부쩍 그런 생각을 들게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의지를 많이 하고 있었나 보다. 심호흡 크게 하고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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