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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강타 Sep 10. 2024

그 여자 그녀 이야기

지인의 결혼식을 다녀오며

8월 중순 모바일 청첩장을 받았다.

날짜는 9월 첫째 주 일요일, 낮 12시.

장소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털 룸.


결혼식장으로 가는 지하철 안 가만히 눈을 감고 10년 전 일들을 회상해 봤다.


같은 테니스 클럽 멤버였던 한 명의 딸에 결혼식에 초대를 받아 가는 길, 그녀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며 함께 즐겼던 멤버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르며 어제 일처럼 느껴졌다. 하하 호호 깔깔 모두가 즐거워 테니스장이 떠나가라 웃으며 게임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신도시가 만들어지고 단지별로 각기 테니스 코트와 클럽이 있어 낮에는 주로 여성 회원들이 게임을 즐겼고 저녁엔 퇴근하고 온 직장인들로 언제나 즐거움이 가득한 장소였다. 주말이면 모든 회원이 모여 게임을 즐겼으며 다른 단지 클럽과는 다르게 회원들 휴게실로 쓰는 컨테이너 한편을 주방으로 만들어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밤이 으슥하도록 침목을 도모했다. 지금은 나이도 들고 부상의 위험도 있어 그 즐겁던 테니스 코트를 떠나 즐겁고 행복했던 10여 년의 세월을 10년이 지난 지금도 회상하며 입가에 미소로 얼굴을 하회탈로 만들곤 한다.  


요즘 주위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골프를 즐긴다. 그녀에게도 자꾸 같이 골프 하자며 제의가 들어오지만 그녀에게는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물론 나이가 주는 부담감도 무시할 수 없다.) 테니스를 운동으로 하던 때에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스포츠가 테니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그 재미와 매력에 흠뻑 빠저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십 년 넘는 세월을 취해 살았다. 나이가 들어감에 함께 하던 멤버들과 그녀도 테니스코트를 떠났지만 가끔 휴대폰 사진첩에 들어있는 사진들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잊힐만하면 이번처럼 경사스러운 날에 초대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예전 그 시절 이야기로 환한 얼굴들을 만든다. 거의 십 년 만에 만나는 멤버들도 많았는데 여전히 십 년 전 모습에 서로가 왜, 어떻게 십 년 전 모습 그대로냐며 따져 묻기도 하고 '우리 그때 그랬었지'를 이야기하며 크게 웃었다.


해도 해도 끝없이 나오는 그때의 이야기에 삼매경일 때 예식이 시작되었다. 주례 없이 시작된 예식은 우리가 흔히 봐왔던 신랑, 신부 엄마가 나란히 입장해 화촉을 밝히는 것이 아닌 신랑 측 부모가 입장을 하고, 신부 측 부모가 입장을 해서 부모들이 같이 화촉을 밝혔다. 신랑 아버지의 성혼 선언문, 신부 아버지의 축사, 신랑의 누나가 피아노 축주, 신랑의 축가로 40분 반에 예식은 끝이 났다. 예식의 2부가 시작됨과 동시에 음식이 차례로 나오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레드 와인이 잔에 채워지고 딱 한 수저만큼의 연어 샐러드를 시작으로 시전빵 하나가 나오고 트러플 오일이 들어간 양송이수프, 유자 샤벳, 안심스테이크, 웨딩 국수, 후식으로 초코무스와 아이스크림, 커피를 마지막으로 그렇게 두 시간의 예식이 끝이 났다. 예식을 위해 사용된 모든 꽃들은 누구나 가져가고 싶은 만큼 가져갈 수 있으며 식장 밖 에스켈레이터 오른편에서 포장해 준다는 사회자의 멘트와 함께.


버려질 꽃들을 생각하며 한아름 포장해 들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 많은 생각을 했다. 그녀가 나이가 들어 지인들의 예식장을 참석하면서 들기 시작한 생각이 '내 아들은 절대로 예식장에서 결혼시키지 않겠다'였다. 물론 모든 걸 배제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웨딩촬영도하고 할 것은 다 하되 공장에서 30분 만에 찍어져 나오는 것 같은 신혼부부가 아닌, 오늘처럼 꽃값으로 이천만 원을 포함 수천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호텔 결혼식도 아닌 근사한 식당에서 아주 가까운 친인척만 모아놓고 얼굴 익히고 정을 담은 그런 의식을 갖추고 싶다고 누누이 말했었다. 그녀의 남편이 상대편 의사도 있는데 어찌 당신 맘대로 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지만 '내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신랑 엄마다.'라고 말했었다.(아주 오만하게도) 그녀의 오만한 생각 때문이었을까 어려서부터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아들의 생각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너무도 빨리 변화하는 세상이 그녀는 무섭다. 자식의 대를 이어 손주들의 세상이 왔을 때는 과연 어떤 세상일까를 생각하면 두렵기까지 하다. 너무 앞서가는 많은 생각들의 부장용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아들의 결혼에 그리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주위에서 결혼소식이 들려오면 남들은 저리 결혼도 잘하는데, 손주도 안아보싶은데, 인생에 맞고 틀린 정답은 없다란걸 알면서도 머릿속 수많은 생각 역시 욕심이라는 걸 알면서 그것들을 비우지 못하는 자신을 조금 더 내려놔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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