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천태만상
그 여자는 일주일에 두 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목요일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10시 30분까지 한다.
작년 4월 같은 체육관에서 운동하며 가까운 사이가 된 동네 동생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언니, 시니어 클럽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지금 사람 모집한다는데 한번 해볼 생각 있어? 내가 전화번호 줄 테니까 전화 한번 해봐."
"그래? 근데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럼! 언니 정도면 문제없을 거야. 그리고 언니는 무료한걸 못 참는 거 같아서 가서 시간도 때우고 용돈도 벌라고 말해주는 거야."
"그래. 그럼 한번 전화나 해볼게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여보세요~~. 정희 소개받고 전화했는데요....."
"아 그러세요~ 그럼 이력서 가지고 매장으로 면접 보러 5시까지 오실래요?"
바로 그날 이력서를 써서 오후 5시 편의점으로 갔다.
집에서 걸어 10분 조금 더 걸리는 위치해 있는 편의점은 뭔가 어수선해 보이는데 손님들은 끊임없이 들고 나는 것이 꽤나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아 보였다.
"안녕하세요~ 면접 보러 왔는데요!"
"아! 근데 이런 일 해보셨나요?"
"아니요, 평상시에도 편의점 갈 일은 없죠."
"그런데 하실 수 있겠어요?"
"한 번 도전해 보려고요, 해봐야 아는 거니까요~."
"그래요. 그럼 언제부터 근무하실래요?"
"네? 이렇게 바로요?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요?"
"아 저희가 서너 번 같이 근무해 드려요. 시간과 요일을 정하세요. 먼저 온 사람이 임자이니 먼저 원하는 날을 찜 하시면 됩니다 ㅎㅎㅎ."
"그럼 오전 10시부터......"
"아 선생님은 시니어 중에서도 젊은 측에 해당되시니 낮 시간 대에는 더 나이 드신 분이 하셔야 해서 늦은 오후로 정하셔여 됩니다."
그렇게 얼떨결에 젊은 복지사와 계약이 성사됐고 바로 그 주 목요일부터 근무가 시작되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젊은 복지사는 친절하고 세세하게 그 여자에게 가르치고 본인의 업무로 돌아갔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젊은 복지사는 자세하고 꼼꼼하게 알려주고 본인의 업무로 돌아갔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가 된 그 여자는 긴장되고 벌렁거리는 가슴을 숨긴 채 손님을 맞이하지만 도대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로지 포스기로 바코드만을 찍어 계산만 하고 물건을 내준다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카드와 현금으로 같이 계산하는 사람, 포인트와 현금으로 하는 사람, 상품권과 카드로 함께 계산하는 사람, 각종 카드회사에서 개개인에게 주는 상품권 바코드와 카드사용, 교통카드 두, 세 개를 한께 번에 가져와서 몇천 원씩 남아있는 잔액을 사용해 계산해 달라는 사람 등등 각자 계산하는 방법, 방식이 다르니 도대체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럴 때마다 복지사에게 SOS를 청했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해결 방법으로 모면하기를 수십 차례 그렇게 몸과 정신이 힘들었지만 할 일이 많음이 좋아 지금도 진행형이다.
근무 시간이 오후 5시부터 10시 30분까지 이다 보니 손님이 제일 많이 오는 시간대이다.
수업 끝나고 학원에서 들려 집으로 가는 길에 들어와 자질구례 한 과자와 음료수를 사며 떠드는 초등생들, 집에 부모님이 퇴근 전이라 그런지 매번 오후 시간에 와서 삼각 김밥과 음료를 사는 자매, 오누이, 편의점 앞 작은 공원에서 신나게 놀다 들어와 컵라면과 음료를 사 먹으며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 수업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들러 튀김류와 음료를 사는 중학생들, 퇴근하는 길에 들어와 맥주, 소주, 막걸리와 안주를 사는 직장인들, 하굣길에 들어와 햄버거나 에너지 드링크를 사는 고등학생들, 매번 술 냄새를 풍기며 들어와 또 막걸리를 사는 사람,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 역겨운 담배 냄새를 풍기며 담배 사러 오는 남자분들,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네댓 들어와 매장 안을 빙빙 돌다 느닷없이 "아악" 기절하게 소리 지르고 나가는 아이들, 초등학교 2학년이나 3학년쯤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컵라면을 사 먹으며 오늘이 제 생일이에요~~ 하는 아이, 계산을 하려 해도 어찌 된 일인지 포스기에서 계산이 안되면 매장 기계가 잘 못 됐다고 성질내고 가는 사람, 오랜 카드 사용으로 마그네틱이 훼손되어 결제하는데 애로사항이 있어도 카드를 바꾸는 것이 아니고 할 줄 모른다고 올 때마다 성질내는 사람, 신분증 제시도 못하면서 올 때마다 술이나 담배를 사려하는 남자, 교통카드를 들고 와 "여기 얼마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 얼마 있습니다" 하면 "이거 충전해 주세요." 충전해 주고 나면 다시 그 교통카드로 물건값 계산하는 아주머니, 들어올때부터 이마에 주름 두개 잡아 인상 팍 쓰고 'ㅇㅇ담배 두개요'하는 남자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래도 그 여자는 그 일이 좋다.
처음에는 한 번도 안 해본 일이니 도전해서 자신의 능력을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 운전 면허증을 취득할 때도 자신의 능력치를 알고자 도전했던 거였는데 지금은 너무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듯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그렇게 시작한 거였는데 지금은 수많은 일이 일어나도 누구의 도움 없이도 척척 해결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은지에 대한 노하우도 생겨났다. 원래 청소, 정리 정돈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인데 짬짬이 손님 없는 비는 시간, 팔린 술과 음료를 채워 넣고, 과자와 컵라면 각 잡아 진열하고 유통기간 확인하다 보면 어느새 교대시간이 온다. 바지런한 그 여자는 체력적으로 힘들기는 하지만 적성에 맞기도 하고 알차게 시간을 쓰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 자신이 뿌듯함도 느낀다. 또한 물건만을 파는 것이 아닌 서비스를 판다라는 생각에 밝은 표정과 목소리를 유지하려 하다 보니 그 여자 원래 성격보다 조금 더 밝아지고 생각도 조금 더 유연해졌음을 느낀다. 성격을 바꿔보고 싶은 사람은 도전해 봐도 좋을 듯하다.
나이가 들수록 소일거리가 있어야 한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래서 각 지자체에서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소일거리를 제공하고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는 '어르신 일자리, 도는 노인 일자리'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적인 면에서 지원을 하며 사회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꼭 돈이 목적이 아닌 측면에서도 어떠한 일이든 사회활동은 꼭 필요한 것이다. 모두가 큰 것이 아닌 작은 것부터 도전해 보기를 권하며 원하는 것들을 하며 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