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
새벽 5시 더는 버티지 못하고 이불 밖으로 기어 나와 소화제, 진통제를 먹고 쥐어짜는 배를 끌어안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러가 최대한 구부린 자세로 누웠다. 그래도 소용이 없다. 배꼽 주위로 느껴지는 통증은 뭐라 설명이 어렵고 식은땀에 어지러움까지.
6시 다시 이불 밖으로 나와 방을 기다시피 하여 나와 아들 방문 앞에 엎어져 스러져가는 목소리로 아들을 깨웠다.
"진아~?"
"네~"
"일어나 봐라~"
"무슨 일이에요?~"
"내가 지금 배가 너무 아파, 손 좀 따 줄래?"
"손 함부로 따는 거 아니에요~, 119를 부를까요?" 상태를 보아하니 심상치 않은지 119를 부르자 한다.
"무슨 119씩이나 부르니, 좀 더 참았다 병원에 가면 되지..."
"지금 상태로 보아 병원을 혼자 갈 수는 없을 것 같으니 출근하지 말고 날이 밝거든 병원 좀 같이 가 다오."
밑바닥 나락으로 끌려들어 가는 것 같은 몸뚱이를 끌로 침대 위로 올라가 눈을 감았다.
"엄마?~"
"응~"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깨어 머리맡에 휴대폰 시계를 확인하니 8시 30분이다.
"일어나요~ 병원 갑시다."
새벽 5시에 먹은 약이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약발을 받게 한 건지 아주 약간 호전되어 깜빡 그사이 2시간을 잤나 보다. 2시간 전만 해도 설명이 어려울 만큼의 통증과 어지러움,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운 없음이 사람을 기어 다니게 만들더니 물론 새벽에 먹은 약의 성분이 통증을 줄여 주기도 했겠지만 깜빡 잠의 효과도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잠이 우리 신체의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찾아보았다.
1. 에너지 회복: 수면은 신체가 에너지를 회복하고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다. 잠을 통해 피로를 풀고 다음 날의 활동을 위한 에너지를 보충한다.
2. 면역력 강화: 잠은 면역 체계를 강화시킨다. 충분한 수면은 면역 기능을 향상시켜 감염과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
3. 기억력 및 집중력 향상: 수면 중에는 뇌가 하루동안 얻은 정보를 정리하고 기억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충분한 수면은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4. 감정 조절: 수면 부족은 감정 조절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충분한 수면은 감정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5 체중 관리: 충분한 수면은 체중 관리의 도움이 된다. 수면 부족은 식욕 조절 호르몬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일주일에 5개의 수업을 소화하느라 매일매일이 바쁨의 나날이었다.
일주일 전 2개의 수업이 심화과정을 포함 끝이 났다. 몸과 마음이 많이 여유로워졌다. 모처럼의 한가한 월요일, 집안일도 미뤄둔 채 일찍 감치 꺼내놓은 거실 전기장판 위에 누워 뒹굴거리다 잠이 들었다 깨어났는데 갑자기 몸이 편해져서 그런 건지 이상스레 몸이 찌뿌둥한 것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기분 탓인가? 생각하며 미뤄둔 집안일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빨랫감을 모아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기로 한 번에 걸레질까지, 냉장고를 털어 저녁 준비까지 일직감치 끝내놓았다.
추석 전 당뇨 전 단계라는 진단을 받았기에 운동을 거르지 않기 위해 이른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월요일에도 운동을 위해 이른 저녁을 먹었다. 식사 전 따듯한 레몬 수 한잔을 마셨다. 친한 동생의 권유도 있었고 건강 TV 프로에서도 식 전 레몬 수 한잔이 좋다 하길래 '그럼 한 번 체험 삼아 마셔볼까' 하고 인터넷 주문하여 처음 마셔 본 것이었다. 너무 급하게 벌컥벌컥 마셨을까? 물을 마시는데도 목이 메는 느낌이 들었다. 잡곡밥 삼분의 일 공기와 김치, 어묵, 샐러드로 소식하고 30분 후 운동장으로 가서 오천보를 걷고 들어왔다. 문제는 월요일 밤부터 시작되었다. 사알살 배가 아프기 시작했지만 괜찮아지겠지 하며 12시에 잠자리에 들렀지만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심해져 날밤을 세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점은 레몬 수 한잔뿐이다.
물 한잔에 체할 수 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직접 경험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물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지만 과도한(사람마다 다름. 조금만 많아도) 물 섭취는 체내의 나트륨 농도를 낮추어 체액을 희석시키고 이로 인해 체내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레몬 수는 물보다 산성도가 높아 위산을 자극하여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다. 레몬수는 카페인과 마찬가지로 이뇨작용을 촉진시켜 소변을 자주 보게 만들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은 타고난 기질과 체질이 다르며, 이는 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골골 체질로 태어난 그 여자는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많은 관심과 관리가 필요했다. 규칙적인 운동, 영양가 있는 식사, 충분한 수면 등등.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노력하며 실천한 것이 없다. 핑계를 대자면 체력이 안된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해 버린 운동, 항상 입맛이 없다는 이유로 거르는 식사, 아주 작은 소리와 빛에도 숙면하지 못하는 예민한 성격 탓으로 돌리며 지금까지 살아오다 보니 몸이 서서히 눈에 보이지 않고 스스로도 느끼지 못하게 그녀를 병들게 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아프고 남들보다 병원 더 다니고 골골하다 보니 아프고 싶지 않고 병원 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좋다는 것 따라 해 보지만 돌아오는 건 또 다른 아픔뿐이다. 이 총체적 난국을 어찌 해결해 내며 나이 들어갈 것인지 이것이 늙음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