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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영수 May 17. 2024

[7]

원룸 전세라는 단어에 3명이 고개를 홱 돌렸다. 계속 날 응시하고 있던 남자 옆으로 자연스레 이동했다. 남자가 나에게 의자에 앉으라는 말을 하지 않아서 옆에 서 있었다. 몇 초가 지나자 그제야 나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듯 놀라는 척하며 그 남자는 턱짓으로 의자를 가리키며 ‘앉으세요.’ 했다. 그 남자의 얼굴은 전체적으로 검었고 부분부분 더 검은 상처 자국이 있었다. 짧게 자른 직모 머리와 옆으로 뻗쳐있는 구레나룻, 얼굴에 남아 있는 여드름에도 불구하고 어려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위아래로 좁으며 각 눈썹 방향으로 찢어지듯 올라간 눈매와 그 안에 더 작은 눈동자가 어떤 소설에서 사람 얼굴을 넙치에 빗대어 표현했던 것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얼마 정도 생각하세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그 남자가 말했다.     

“1억 2천만 원입니다.”     

 내 대답에 그 남자는 퍽 흥미를 잃어 보였다.     

 “요새 전세 없어요. 끝다리 월세 달리는 거 감수하셔야 돼.”      

 나는 월세가 부담스러웠지만 그렇다고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돌리고 사무실을 구경하는 척했다. 부동산 사무실은 작았지만 나름대로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업무공간과 응접실 부분이 얇은 커튼을 통해 나누어져 있었고 이 지역을 크게 축척한 지도가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붙어 있었다. 그 지도 안에서도 해를 받지 못하는 곳이 있었다.     

 “대출 돼야 되죠? 입주 날짜는? 주차는? 반지하는 싫지? 또? 지금 다 말해요.”     

 남자는 질문이 취조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남자의 질문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성실히 답하며 그 남자가 내 전셋집을 찾는 일에 흥미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보다 어려 보이니까 제가 뭐 좀 알려 드릴게. 이 동네는요. 그 돈으로는 정말 어려워요. 그냥 거의 없다고 보면 돼. 아시죠, 손님도?”     

 “그럼 아예 못 구하나요?”     

 “제가 힘써봐야죠. 최대한. 제가 이 동네 부동산에서 탑쓰리 안에 들거든. 매물도 제일 많이 물고 있고요. 또 매물이 다 공유 되는 거라서, 아까 화면 보셨죠. 그 시스템으로 다 연락 와. 그래서 다른 부동산 가도 다 똑같애.”     

 나는 정말 매물이 다른 부동산으로 가도 차이가 없는 것인지 경쟁 업체로 가지 말라는 것인지 남자의 의중을 알기 힘들었다. 하지만 남자가 반말을 섞는 말투로 나를 대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를 상대할 경우 위력적인 모습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나는 괜히 취조실에서 그 남자의 머리카락을 쥐고 벽에 갖다 박는 상상을 했다.     

 “일단 요 앞에 하나 보러 가시죠.”     

 남자는 선심 쓰듯 말했다. 나는 남자를 따라나섰다. 남자는 걸어가며 그 집의 주인과 통화를 했다. 남자는 집주인에게는 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남자의 통화 목소리 톤이 바뀌는 게 가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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