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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영수 May 12. 2024

[5]



“근데 진혁이 니 주식하나? 들어봐 봐. 내가 얼마 전에 귀인을 만난기라 진짜로. 누구냐면 예전에 관리하던 거래처 사장님이었는데 맨날 찾아가면 뒤에서 차트 보느라고 안 나오는 거라. 뭐 하냐고 장난치면서 묻다가 나도 내 주식 그때 했던 거 이야기했지. ‘저도 이거 하다가 300만 원 날렸어요’ 하니까 막 웃더니 내한테 테코 들고 있냐고 하대? 안 들고 있다 하니까 주변에 들고 있는 사람 보면 팔라고 그러는 거야. 내가 주변 사람들이 테코 들고 있는지 알게 뭐야 하고 가만 있다가 며칠 지나고 차트 봤는데 딱 그다음날 테코 반 토막 나있던 거라. 바로 전화했지 어떻게 아셨냐고. 얘기 계속 들어보니까 몇 년 동안 해왔다고 하더라고. 공부도 계속하고. 그래서 몇 개 좀 알려 달라 하니까 알리 주더라고.”      

 친구는 주식 잔고를 보여줘가며 어린아이가 새로 나온 게임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듯 즐거워하며 설명했다. 친구는 나도 주식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나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계좌를 만들겠다고 했다.     

 “진혁아. 진짜로 월급만으로는 은퇴하고 노후 준비 못 한다. 내 요새는 월급 받으면 생활비랑 딱 그 달 공과금 빼놓고 싹 다 여기 넣고 있다.”     

 나는 갑자기 월급, 생활비, 공과금, 노후 따위의 명사가 낯설게 느껴졌다. 계좌를 내일 만들어도 괜찮냐고 물으며 친구에게 담배를 피우고 오겠다고 말했다.     

 “그래. 내는 먼저 잘게. 내일부터 부동산 돌아다닐려면 힘들 텐데 니도 빨리 자라. 소파에 이불 깔고 자면 된디.”     

 나는 담배를 피우며 내일 친구가 출근하기 전에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가 지금 지방에 일이 있어서 내려와 있거든요. 집은 지금 아무도 없는데 근처 오시면 비밀번호 알려 드릴 테니 혼자 보실 수 있겠어요?’          

아침에 공고에 올라온 집의 현재 세입자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세입자가 직접 내놓은 공고를 보고 연락을 했었다. 알려 준 역 출구를 나와 주소로 향해 걸으며 이곳이 평지라 걷기에 좋다고 생각했다. 동네는 남녀 할 거 없이 징집이라도 된 듯 조용했다.          

‘파란 대문 앞에 서면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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