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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화 Nov 17. 2023

'나와 배우자를 이해하게 된 중년'


'나와 배우자를 이해하게 된 중년'

                                                                         

  20대에 남편과 결혼할 때 나만의 환상이 있었다. 그러나 살다 보니 좋을 때도 많았지만 이해가 안 되어 갈등할 때도 많았다. 갈등할 때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런데 중년이 되어 상담 공부를 하면서 갈등의 원인은 서로 다른 성장 배경과 부모님의 양육 방법과 성격과 의사소통방법이 우리 부부의 갈등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늦은 나이에 지금의 남편과 직장에서 만나 결혼했다. 그 당시 남자 직원이었던 지금의 남편은 남녀가 같이 사용하는 기숙사의 내 옆방에 살았지만, 개인적으로 대화할 기회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체육대회 연습을 하고 구내식당에서 식사 후 우연히 대화를 나눌 시간을 갖게 되면서 노처녀 노총각인 우리는 뭔가 통하는 것이 있었고 그래서 다음에 또 만나고 만나면서 마침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남편과 결혼 후 2명의 아이도 낳고, 교회를 다니면서 성경공부도 하고 봉사도 하고, 구역예배를 드리며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과 성도들과의 교제 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러다 보니 교회 가는 시간이 많아졌고. 직장생활은 하지 않았지만, 하루하루를 바쁘게 지냈다. 결혼 전 아내로서 엄마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공부하지 않은 채 결혼하여 아는 만큼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시행착오도 많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자상한 남편일 것 같아 결혼했으나 남편은 자기 혼자 즐기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테니스에 빠져서 가정은 잠시 쉬고 잠만 자는 공간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새벽에도 테니스 토요일도 ‘테니스 하는 날’이라고 정하여 놓고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열심히 테니스를 쳤다. 직장에서도 치고 동네 테니스코트에서도 개인지도를 받아 가면서 치고, 주말에도 테니스를 열심히 치는 남편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빠져 보였다. 그래서 남편을 테니스에 빼앗겼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남편은 가족들과 같이 놀아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은 것 같았고 그렇게 해야 하는 줄도 몰랐던 것 같다. 


 주말에 아들과 놀이터에 가면 아들 친구 아빠가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것을 보면 너무 부러웠다. 모든 아이가 아빠와 노는 것은 아니었지만 심지어 아이 혼자 놀이터에 나와서 노는 예도 있었지만 나는 유독 아빠가 아이와 함께 놀고 있는 모습이 부러웠다. 그러나 그런 감정과 원하는 것을 남편한테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알아서 가족들과 놀아주기를 바랐지만, 알아주지 않는 남편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지냈다. 돌이켜보면 그런 내 마음을 표현하지 않아서 남편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을 것이다. 표현하지 않은 나에게도 책임이 있었다는 것을 중년이 되어 알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것도 나의 성장 배경의 영향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의견을 주장하기보다 상황을 먼저 살피고 내 주장이 반영되지 않을 것을 짐작하고 참거나 포기했던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도 가족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 자기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에 급급한 아이 같은 마음이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남편은 아버지가 외지에서 돈을 벌어 가끔 집에 와서 아들을 사랑하기는 했지만, 함께 살면서 놀아주거나 상호작용했던 경험이 많지 않았다. 결국, 아버지 역할 남편 역할의 모습을 삶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남편이 고등학교 때쯤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집에 오시기는 했지만, 계속 편찮으시다 돌아가셨다고 하였다.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뿐 아니라 소년 가장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하고 싶지만 하지 못했던 것이 많았다고 하였다. 특히 테니스를 배우고 싶었는데 못 배워서 결혼 후 배워보니 너무 재미있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중독처럼 빠져들어 가다 보니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외아들이었던 남편은 형제들을 배려할 필요도 없이 자기만 생각하면 되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더 이기적이었던 것 같다.


 나의 결핍은 채워지지 않은 공부였다. 중년이 되었을 때 제안받은 상담 공부는 나의 무의식의 욕구를 자극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뿐만 아니라 나의 성장 과정에서 6남매 막내로 자란 나는 딸이라고 아들과 차별받아서 자신감이 없었을 뿐 아니라 의사소통을 할 때 내 의견을 주장하지 못했다. 결국, 남편과 의사소통을 할 때도 내 의견을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하면서 알아서 이해해 주지 못할 때 서운했던 것도 남편 탓이라기보다 내 문제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앞만 보고 감정과 욕구를 억압하면서 역할에만 충실했던 내가 중년이 되어 성장 과정의 나를 처음으로 되돌아보니. 원 가족에서 형성된 긍정적 부정적 영향이 결혼 후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남편의 관점에서 남편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해가 되니 감정적으로 대처하기보다 대화로 접근하려고 노력하였다. 사실 남편은 인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몰라서 자기 생각대로 살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모르는 것은 배워서 가정의 중심인 부부가 각자이면서 하나가 되는 삶을 살면 된다.


 지금도 자신과 배우자를 이해하지 못하여 중년에 갈등 하는 부부들이 많다. 그것은 내 탓이 아닌 네 탓이라고만 하기 때문이다. 물론 네 탓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배우자에게 내 감정과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한 내 탓도 있음을 인정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 중년의 나이는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시기이다. 그동안 정신없이 역할에만 충실하여 자기를 돌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참고 쌓아둔 감정을 꺼내어서 다시 재해석해봐야 한다. 행복했던 지난날의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긍정적인 자원으로 중년을 리모델링 하여 건강한 노년을 맞이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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