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수다스러운 아이였다.
학교만 다녀오면 "선생님은 이런 이야기를 하셨고~", "성호는 이런 친구고~", "보영이는 이런 친구다~" 이야기하며 두 시간은 엄마와 이야기를 하던 수다스러운 아이였다. 엄마는 아들의 친구들을 본 적이 없어도, 어디에 사는지, 공부를 잘하는지, 어떤 친구인지 다 알고 계셨다. 참 수다스러운 아이였으니까.
그렇게 말이 많던 아이가 빡센 남자중학교에 입학한다. 말이 조금 없어진다.
그렇게 말이 많던 아이가 더 빡센 남자고등학교에 입학한다. 말이 더욱 없어진다.
그렇게 말이 많던 아이가 군대를 간다. 말이 거의 없다.
그렇게 말이 많던 아이가 결혼을 했다. 말이 아예 없다.
그렇게 이 시대의 남자들은 말이 없어진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하지 않는다.
해야 하는 말도 있지만 하지 않는다.
그렇게 벙어리가 되어 간다.
신체적으로 말이 제한되는 사람들도 계신다. 그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절대로 없다. 하지만 이 시대는 남자들에게 사회적으로 벙어리를 만든다. 직위에 따라 할 수 있는 말이 있다. 그 직위에 오르지 못하면 부분적 벙어리로 살아야 한다.
돈을 갖지 못하면, 직위를 갖지 못하면, 돈을 갖지 못하면 점점 벙어리가 되어 간다.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나를 표현하는 것에 무뎌지고, 그냥 그렇게 회색빛깔을 내며 살아간다.
벙어리가 되어가는 남자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졌다. 가부장적 사회라는 대한민국이지만, 그 가부장들은 나름의 벙어리들이니까.
부디 할 말은 하는 남자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디 다시 수다스러운 남자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디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는 남자들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