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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s Jan 15. 2024

5) 가정폭력

(5) 가정폭력


우리는 일과를 마치고, 쌓여있던 긴장과 피로를 가정에서 해소한다. 달콤한 향기가 가득한 집은 작은 천국과 같다. 하지만 이런 축복을 누리지 못하는 가정도 있다.     


다른 범죄와 달리 가정폭력은 주로 가정 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알기 어렵다. 가정폭력은 가족 또는 동거인 사이에서 신체적, 정서적 폭력을 당하는 특수성이 있다. 따라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가정폭력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행위 유형은, 부부 사이의 다툼과 부모와 자녀 사이의 마찰이다.   




○ 112 신고 No. 0850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발생 장소는 빌라 밀집 지역이다. 신고 내용과 같이 아기의 울음소리가 00 빌라 현관 앞에서 들렸다. 나와 김순경은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랐다. 긴장된 마음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왔다.     


"무슨 일이죠?" 남자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는 답했다. "아이 울음소리가 난다는 신고받고 왔습니다."

남성은 필요 이상의 감정을 보이며 내게 말했다. "대한민국 경찰은 밤에 남의 집 초인종 누르고 범죄자 취급해도 되는 거야?"

나는 다시 출동 이유를 설명했다.


남자는 "영장 있어?"라고 억지 부렸다.

때마침 아기 울음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리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만 좀 해!" 


집안은 엉망이었다.

먹다 남은 음식, 깨진 유리컵과 그릇들......

다툼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와 동료는 남편과 아내를 상호분리했다. 그러고 나서 각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남편은 말했다.

"저년이 아기도 돌보지 않고 다른 남자에게 미쳐있어요! 처벌해 주세요!"

남편은 숨을 몰아쉬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보니 아기는 혼자 있고 아내는 없었다는 것이다.


아내가 소리치며 말했다.

"평소 남편은 술자리가 잦았고, 집안일을 돕지 않아요! 스트레스가 쌓여!"


나는 그녀에게 언제 외출했냐고 물었다.

아기 엄마는 오후 5시경 나갔다고 답했다. 

그러면 그때부터 약 6시간 동안 아기는 혼자 방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기가 막혔다. 아기는  살 젖먹이다.


남편과 아내는 아기의 상태에 관해 관심이 없었다. 서로 소리 지르며 욕설하고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하였음을 주장하기만 했다.


경찰관으로서 더 이상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 양 당사자의 의견에 영향을 받지만, 아동학대죄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사건화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바닥에 누워 울고 있는 아기를 들어 살펴보았다. 다행히 맨눈으로 관찰했을 때 이상은 없었다.

다른 문제가 있는지 확인을 위해 119 구급대에 지원 요청하였다.


이들의 다툼은 멈춤이 없었다.

나는 큰 소리로 부부에게 "정신 차려! 이 사람들아!"라고 외쳤다.


들은 동시에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경찰관이 소리쳐도 돼!", "순경 주제에 친절하게 말해야지! 지가 뭔 형사야 뭐야!" 나는 어이없었다.     


나는 그들에게 아기가 혼자 방치되어 있고 당신들의 다툼은 멈출지 모른다. 어떤 생각이 들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부의 행동은 변함이 없었다.


이어서 소방 119 구급대가 도착하고 아기의 신체 상태에 대해 검사하였다. 다행히 큰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동료는 분유를 타서 아기에게 먹였다.

아기의 부모는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구청) 소속 아동학대전담부서에 통보했다.     


경찰관이 현장에서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가 신병에 대한 후속 처리 문제이다.

위 같은 경우는 아기의 신병 문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경찰관이 부모를 학대 혐의로 입건했고 이들에게 다시 아기를 맡기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다.

일가친척도 없는 상황이다.


보호 대상자는 청소년이 아닌 아기다. 현행 제도의 두루뭉술한 문헌적 표현으로는 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현장 경찰관의 책임이 무한대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나는 구청 아동학대전담부서에 다시 연락했다. 다행히 담당 공무원은 퇴근하지 않고 있었다. 상황을 설명하고 현장에 나와 달라고 요청했다. (외, 다른 기관과 협조해야 하는 현장 상황이 있다. 그러나 기관 간 협조가 긴밀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적절하지 않아 줄인다) 아기를 구청 담당 공무원에게 인계 후 사건 처리를 위해 철수했다.     


나는 자문했다. '가정폭력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인가?' 말 못 하는 아기?, 부모의 다툼으로 두려움에 있는 아동?, 여성?, 남성?'


대한민국의 모든 가정이 평안한 안식처가 되기를 소망한다.     




○ 112 신고 No. 1200 [아들이 통제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가정폭력 현장이 그렇듯 집안은 난장판이다. 20살 남성은 부모에게 돈을 요구했다. 그는 본인의 요구를 거부한 부모에게 욕설과 함께 폭력을 행사다.


나와 동료는 아들의 행위를 막았다. 젊은 남자는 경찰관에게 "왜 나를 막아!"라고 말하며 이리저리 집안을 왔다 갔다 했다.     


나는 단박에 알아챘다. '이 남자는 경찰관이 두렵구나.' 필요 이상으로 경찰관에게 항의하며 이리저리 산만히 움직이는 것은 초조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아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모도 그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의 어머니가 경찰관에게 말했다. "경찰관님, 괜히 신고해서 죄송합니다.", "여기 접시하고 물건 제가 던졌습니다."     


나는 성인 아들이 잘못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의 부모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

내적 갈등이 시작됐다. 법의 엄정함을 보여 존속폭행죄로 체포할 것인가? 아니면 남자의 어머니 뜻에 따라 속아주어야 할까?


나는 속아주는 것으로 마음을 잡았다. 하지만 이렇게 매듭을 지어서는 안 된다.


남자에게 강하게 경고했다.

"당신이 잘했던 잘못했던 성인이면 네가 한 행동에 책임져. 대한민국 경찰을 쉽게 생각지 ."

"이런 일이 또 생기면 철저하게 확인하여 반드시 법 앞에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야."

"두 번 다시는 서로 얼굴보지 말자."라고 말했다.     


젊은 남성을 집 밖으로 내보냈다. 최소한  오늘만이라도 분리 조치하기 위함이다.

나는 신고자인 부모에게 인사 후 뒤돌아 나왔다.     


밤하늘에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아침이 밝아오면 엄마, 아빠에게 전화 한 통 해야겠다.


우리나라 가정폭력 사건은 증가추세에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2020년 22,700건에서 2021년 25,905건, 그리고 2022년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44,459명으로 많이 증가했다. 개인적으로 2023년도 그 증가 추이는 멈추지 않을 듯하다.     

왜 증가하고 있는가? 현장 경찰관이 봤을 때 여권 신장으로 인한 환경 변화와 가부장적 인습의 충돌, 자기중심적 사고의 확장, 휴대전화 보급 확대에 따른 112 신고 접근의 용이함이 원인으로 볼 수 있겠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가정은 개인의 출발점이다.

내가 태어나고, 성장하고, 쉼이 있는 요람이다. 그리고 가정은 사회와 국가의 기본 골격이다. 따라서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와 국가는 스스로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어느 지역사회에서 각종 범죄가 증가하였다면 그 사회에 속한 많은 가정이 빨간 불 들어와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건강한가? 아니면 아픈가?     


가정폭력 문제는 경찰관의 역할만으로 막기 어렵다.

법률, 각급 교육기관, 상담 기관, 종교단체, 언론, 미디어의 선한 역할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나와 가정을 돌아보자.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웃는 가정이 되기를 바란다.




○ 112 신고 No. 2035 [ 칼에 찔렸다.]


3월의 어느 밤,

한 집에서 같이 생활하던 남자와 여자가 말다툼을 했다. 남자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여자를 수차례 칼로 찔렀다. 피해자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그리고 응급치료 중 사망했다. 실제 필자가 경험한 살인 사건 중 하나이다. 독자는, 위에 서술한 짧은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현장에서는 이렇게 짧은 글로 한 생명이 사라졌음을 보고하고 형사소송법에 따라 사건을 진행한다.


피해자의 소중했던 지난날들과 가치 있었던 삶은 시간의 흐름에 잊혀 간다.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예방이 중요하다.


'한국여성의 전화'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언론에 보도된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 살해 피해자는

약 1,241명이다.

미수범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이는 가정폭력의 위험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보통 자신의 처지를 남에게 알리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가해자의 보복을 두려워하며 신고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는 반복되는 폭력 상황에 익숙해져 판단이 무뎌지게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가해자는 피해자를 자신의 소유물이나 도구대우하는 경향이 있다.


피해자의 말과 행동이 가해자의 심기를 건드는 일이 생기면 본인의 우월함을 과시하고자  폭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우발적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다.


나의 경험상 가정 폭력은 집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신고나 상담이 없으면 경찰관이 알아내기 어렵다.

그래서 이웃의 관심이 중요하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웃의 신고가 더 큰 범죄로 확대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경찰도 가정폭력 범죄를 단순히 가정 내 구성원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다른 범죄보다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가정문제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가정은 생활의 뿌리이다. 그 뿌리 위에 국가와 사회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가정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해결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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