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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s Jan 08. 2024

4) 공무집행방해

4) 공무집행방해     


보통 경찰관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범인을 검거하기 위한 형사들의 악전고투가 박진감 있게 그려진다.


하지만 나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맞서는 지구대 경찰관이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과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112 신고 현장에서 예고 없이 경찰관에게 달려드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폭력적 행동은 종종 공무집행방해로 이어진다.


[국가나 공공 단체가 우월한 의사의 주체로서 국민에게 명령하고 강제할 수 있는 권력.]

이는 사전적 의미의 공권력을 말한다.     


공권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대한민국은 헌법 1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공권력은 헌법에 의해 결집된 국민의 의지를 나타낸다.


경찰은 공권력의 집행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으로, 공권력의 실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경찰관의 직무상 활동에 대해 적법한 근거 없이 방해하는 행위는 국민의 의지에 대한 침해로 볼 수 있는 것이다.     




112 신고 No. 2023 [택시 기사와 승객 시비]     


깊어가는 가을이 그 존재를 알리는 듯 제법 일교차가 있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가로수들은 저마다 알록달록 멋을 뽐낸다. 곱게 색칠된 캔버스 안을 천천히 걸어본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낮에 생활한다.

경제활동을 하기도 하고 잠시 망중한을 즐기기도 한다. 그리고 어두워지면 가족 또는 연인과 소중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경찰관의 시계는 빠르게 움직인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밤도 길어진다.     


10월의 어느 날 밤.     

나는 동료와 함께 택시 기사와 승객이 시비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신고자인 택시 기사는 목적지에 도착하여 승객에게 요금 지급을 요청하였다. 승객은 술에 취해 있었고 요금 지급 없이 택시에서 내렸다.


"손님, 택시비 주셔야 합니다!" 택시 기사가 다급하게 외쳤다. 하지만 승객은 한 번 뒤돌아본 후 본인의 길을 걸어갔다.


나는 동료와 함께 승객으로 보이는 남성을 세웠다. 그리고 택시 이용 요금을 지급 후 귀가하면 된다말했.


술에 취한 남성은 "내가? 나 택시 안 탔어."라고 말하며 부인했.

택시 기사는 "저 사람이 택시비 안 냈어요!"라고 소리쳤.     


승객은 경찰관에게 거칠게 행동했다.

나와 동료는 택시 비용 내시고 귀가하면 된다고 다시 말했.

중년의 남성은 "내가 택시비도 없는 사람처럼 보여!" 외투를 풀어헤쳤다. 

" 짜증 나네!"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

"! 계산해!"


택시 기사는 바닥에 떨어진 지갑을 주워 계산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마음이 참담했.     


갑자기,

중년 남성은 "진짜 경찰관 맞아?"라고 말하며 동료에게 다가섰다. 나는 다가서는 남성을 손으로 가볍게 막았다.

그러자"와 경찰관이 폭행하네.", "경찰관이면 이렇게 해도 돼!"라며 억지 주장을 했다.

그러고 나서 동료를 향해 손을 올렸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타일렀다.

하지만 그는 그칠 줄 모른다.

결국 남자는 경찰관을 손으로 밀치고 몸으로 들이받았다.


나와 동료는 그의 팔과 허리를 잡고 바닥에 쓰러뜨렸다. 이어서 동료는 빠르게 수갑을 채웠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그를 현행범 체포하였다.     


중년 남성은 반성이라는 단어를 몰랐.

"! 내가 너희 둘 죽이겠다. 기억해 둬라!", "내가 내는 세금으로 먹고사는 개 같은 놈들이!" 쉴 새 없이 더러운 욕설을 내뱉었다.


감정의 배설물을 받기만 하는 현실이 슬펐. 

속 시원하게 피의자를 욕하고 죽겠다고 울 때까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경찰관도 사람이다. '과연 검사, 판사 앞에서도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체포된 범죄자는 수갑이 채워진 자신의 팔을 내게 보여주며 소리쳤다.

"야, 너 정도는 한 손으로 때려눕힐 수 있어. 이거 풀어봐. 병신 새끼야!"

나는 말없이 그를 쳐다봤다.

그는 다시 고함쳤다. "왜 쳐다봐!"


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당신 유치원생이냐? 그런 생각을 하니까 여기까지 온 거야."

나는 돌아서서 멀어지려 했지만, 다시 돌아서서 덧붙였다.

"아니, 유치원생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알아. 그런데 당신은 뭐야?"

이렇게 말하고 나는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당신은 멍멍 짖개보다 못해.'


서류 작성을 마무리하고 그의 신병을 형사 당직반으로 인계했다.

어두운 하늘을 보며 긴 한숨을 쉬었다.




소개한 사례는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공무집행방해 유형이다.

나는 경찰공무원으로 입직 후 현재까지 여러 가지 공무집행방해 사건을 했다. 도주 차량에 치여 몸과 마음이 상처받았던 날들, 칼을 흔드는 범인을 제압했던 일, 갑자기 날아오는 주먹을 피할 수 없어 피해를 당하였던 경험 등 과거를 돌아보면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과 분노가 고개를 든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만 789건, 2021년 9366건, 2022년 1만 827건 발생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더욱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가벼운 정도의 폭행 및 위협행위는 입건하지 않고 피해 경찰관 개인이 마음으로 삭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체포 대상자의 저항이 강하면 강할수록 경찰관의 제압 강도도 비례한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과잉 진압, 독직폭행이다. 상대방은 이를 원인으로 경찰관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다. 경찰관은 확정판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심신이 황폐해진다.


집행기관인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에 대한 항거는 결국 사회적 신뢰를 느슨하게 하고 경찰 활동을 소극적으로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그 결과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당할 우려가 생기는 것이다.     


공무집행방해는 경찰관 개인의 업무를 방해하여 처벌되는 것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민 의지'의 표현인 공권력 침해에 대한 제재이다.

개인적으로 공무집행방해에 대해 강화된 처벌과 피해 경찰관에게 실질적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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