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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동시 짓기 (2024.04)

오늘 생각 20

by 은진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손가락을 꼭 쥐어본다.

내가 지었던 동시가 손가락을 절로 오그라들게 만들지만, 즐거웠던 기억은 오래 간직하고 싶다.


아이가 6학년이었던 봄, 담임 선생님께서 시를 너무 잘 지었더라며 연락을 주셨다.

우리 아들에게 이런 감성이 있었나 글쓰기 좋아하던 외삼촌을 닮았나 했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답시를 적어 본다.

아이가 커갈수록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 반대로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 적어진다.

이를테면, 손잡고 걷기, 커플룩 입기 같은?

동시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그중 하나다.

지금은 이런 활동이라면 질색을 할 게 분명하다.

하긴, 중학생 남자아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어디로 갔나요

-어린이


봄바람에 휘날리는 꽃잎은
분홍색 하얀색 물감 뒤집어쓰고
어디로 흐드러졌나요

포근한 봄바람은
향긋한 꽃내음 싣고
어디로 날아갔나요

매서운 겨울 기운 잠시 밀어내고
따뜻한 생명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여기에 있어요

-엄마


여기에 있어요
봄바람 타고 팔랑팔랑 한참을 쏘다니다가
분홍 하양 물감 뒤집어쓴 나 만큼
어여쁜 아이의 어깨에 살포시 앉아 쉬어요

여기에 있어요
포근한 봄을 기다리는 어여쁜 아이에게
분홍빛 향기 고이 전해주고
붉게 물든 볼도 식혀 줄게요

와 꽃잎이다!
활짝 피어나는 아이의 미소에
따뜻한 생명의 계절도 반가워 달려옵니다
돌아오길 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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