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구엄리 옛이야기-5화
광령댁
엄쟁이 마을 구엄리 사람들은 여름 농사를 마치면 마소를 방목(放牧)하기 위해 웃드리 광령리에 있는 마을 공동목장으로 몰고 갔다. 목장에 올리기 전, 마을에서는 날을 정해 어린 송애기와 몽생이 궁둥이에 마을 낙인자(烙印字) ‘旧’를 찍었다. 어떤 집에서는 거기에 더해 귓바퀴를 브이(V) 자 모양으로 찢기도 했다. 혹시 목장 잣담을 넘어가 가축을 잃게 되었을 때 주인을 구별하기 위함이었다. 벌겋게 달궈진 쇠도장이 살가죽을 지질 때 나는 타는 냄새와 네 발이 묶인 채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어린 것들의 비명에 아이들은 몸서리를 쳤다.
석출이 걷고 있는 광양 마을 들길은, 어릴 적 천아오름 아래 목장으로 마소를 몰고 다니던 그 길이었다. 그에게는 추억이 많은 길이다. 공동목장에는 조선시대 국영 목장이었던 ‘목오소장(牧五所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목장 동쪽으로는 무수천(無愁川)이라 불리는 깊은 계곡이 멀리 바다를 향해 뻗어 있었다. 석철은 마소를 몰고 그 길을 지날 때마다 무수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가을빛 절경에 감탄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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