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범하게 행복할 용기 이계윤
Dec 17. 2024
결혼하세요?(1)
어차피 독신으로 평생 살기 원하지 않는다면
"반갑습니다"
찬 바람이 코 끝을 스치며
아침 공기는 가슴 깊은 곳의 찌꺼기를
깨끗이 씻어내 준다.
아침이 밝아오기 전
만난 낯선 사내에게 던지는
인사는 하루를 정겹게 만든다.
"네 반갑습니다 ***씨이시지요?"
이십대 중반쯤 보이는 얼굴에
1m80cm정도의 훤칠한 키
그리고 밝은 표정은 나의 시작을
복되게 환영하는 것 같았다.
차에 올라타서
"젊은 분과 하루를 시작하니
내 기분도 무척 좋습니다."
기사는 나의 덕담을 유쾌하게 받으며
"네 손님 저도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꽤 젊은 분이에요. 내가 보기엔.
아직 장가도 가지 않은...."
추측성 발언으로 또다른 덕담을 던졌다.
"네 그렇습니다
아직 결혼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하지.
아직 이십대 중반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데.
"제 이제 마흔다섯입니다."
나는 깜짝 놀랬다.
마흔 다섯!
"아니 뭐라구요? 나는 기사님을
이십대 중반으로 보았는데.
나이를 도대체 어디로 드신거요?
그리고 이리 잘 생겼고 밝고
유머스러운데 싱글이라고?
아직. 진짜요?"
화들짝 놀라고 있는 나의 어조에
그는 아랑곳하지 않은 듯이
대답한다
"네 아직 .. 연애도 많이 해보았지만
저도 그렇고 여자들도 그렇고
만나는 것은 좋아하지만
결혼은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리...."
저출산시대.
미혼남녀가 많은 이유가
바로 이분의 말 속에 다분히 담겨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기사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이젠 여성을 만날 기회도
그다지 없기도 하고요."
나는 화제(話題)를 바꾸었다.
"인간 실존의 가장 큰 난제(難題)가
몇가지 있어요.
죽음(Death), 자유(Freedom),
무의미(Meaningless) 그리고
고독(Solitude)이지요.
이 중 고독(孤獨)의 문제는
백세시대 즉 초고령화시대에
매우 심각하게 우리를 향해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Digital 과 AI가 지배하는
시대를 숙명적으로 살아가는 미래세대
지금 사십대이하에게는 너무나도
심각한 과제로 대두될 것입니다.
21세기 노인의 고독사(孤獨死,
Death from loneliness)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지나치게 장수(長壽)하지요
자녀나 가족은 물론 친구나 이웃도
없지요. 게다가 일(work)도 없고
가상세계진입을 위한 에너지 구입비용마련도
준비되어 있지 않지요.
길고긴 날의 외로움을 어떻게.
게다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타인에게 나를 내어주거나
그의 도움을 필요로하는 준비도
없어요.
결국 휘황찬란한 불빛 아래에서
고독하게 살아가야 하는 숙명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약한 자아(too weak self)를
갖고 있지요, 심각해요
내가 보기에는."
기사는 묵묵히 운전을 하고 있었다.
아니 내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네 맞습니다
적극 동감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일제시대를 겪었던 분들.
한국전쟁과 보릿고개
민주화 과정과 오늘의 사태
그리고 글로벌 시대라는 다문화사회가
너무 광범위하고 깊게 혼재되어 있어서
이분들사이의 가치관, 세계과의 갈등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지요.
딱히 해결책도 아니
해결하고자 하는 동기나 의지도 없이
그런 능력을 가진 지도자도 부재한 채
그저 무능하고 무의미하게
쏜살같이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지요."
지나친 독백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