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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아십니까?

바람이 불어 덮힌 그 길

당신은
"이 길(This Way)"을
아십니까?
--이 계윤--
은행나무는
노랗게 옷을 입었는데
어느새
나무를 떠나
길을 노랗게 덮었습니다.

간밤에
조금 강한 바람이
불었기 때문입니다.

Pictured by R.G.Y

나도
머리가 하얀 옷을
입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겉으로는
인위적인 수고를 통해
검은 척 하지만
검은 옷을 벗은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세월풍(歲月風)이
강하고 빠르게 불어
옷을 벗겨버렸습니다.

어쩌면
몇년 아니 몇개월 지나
이 땅에서
내가 걸어온 흔적조차
깨끗이 덮어버릴
그런 바람이 불지도 모릅니다.

은행잎으로 덮힌
그 길.

아니 이 길.
당신은 아십니까?
바로 이 길에
내가 걸어가야 할
그 길이 숨겨있다는 것을.

이 길에
앵글을 들이대는 순간
나는
잃어버린 그 길을
찾았습니다.

감격의 눈물을
꾹 참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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