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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캐묻기

나는 오늘 당신을 사랑해요

굵은 글씨로 써 내려간다.

"사 랑"

작가는 말한다.

"나는 깨어진 질그릇입니다.

그래서 사랑을 합니다.

사랑이 필요하고요."


나는 속으로 물었다.

"어떤 사랑을 원하세요?"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았던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사랑 그 자체로 안되?

사랑에도 종류가 있나?"

내 속에 또다른 내가 묻는다.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아픈 사랑도 있어.

지금도 아파.

사랑 때문에."

별샘 김도임 작(作)

이렇게 나와 대화를 나누는데

종로1가 사거리에서

어린 남녀 둘이 부둥켜 안고

입술이 하나가 된 채

빨강 신호등 아래 서 있었다.

"하필이면 왜 빨강색일까?

하긴 초록색이면 길을 건너야하니.

저 커플에겐 빨강색이

'계속 해!'라는 신호인가봐!"


나는 그들을 보면서

"저 아이들도 몇번은

아픈 사랑을 해 봐야

사랑을 알겠지?"


사랑하기에 아파했던 나.

지금도 나는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 그래서 사랑은 멍에이고

사랑은 헤어나올 수 없는 미로인가?"


나는 집으로 가는 전철에

몸을 실었다.

장애인 마크가 있는 칸으로

들어갔다,

그 빈공간에 또다른 커플이

하나가 되어 있었다.

"오늘은 자주 보는구나.

뜨거운 사랑을."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었던 나는

아직도 희미하게

남은 화상자욱으로 인한

그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왜

아직까지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까?

포기하지 못하고."


전철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왔다.

둘째가 나를 반긴다.

"아빠 나 사랑해!!!"

돌발적인 질문에 당황한 나는

"얘야 아프다 아파!"라고 대답하곤

안방으로 들어갔다.


오늘따라

사랑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나는 묻는다

다시.

"어떤 사랑이지?"


사랑 캐묻기가 반복되는

오늘이다.

그래서 사랑이 내 곁을

떠나지 못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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