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남편이 단둘이 몰디브 가자며 산 티켓을 못 쓰게 되어 쿠폰으로 받았는데 1년 유효기간과 지금이 쓰기에 딱 좋을 때라 1월 초에 티켓을 구매했다.
사실 그땐 또 오만? 그랬는데 어쨌든 카타르 항공을 이용하는 이상 무조건 도하를 경유하기에 어차피 얘들도 좋아하고 우리한테 편한 오만 무스카트다. 참고로 파키스탄에 살 때 직항이 별로 없기 때문에 두바이 2번, 무스카트 2번, 방콕 N번 방문했다.
예전엔 첫 스타트부터 끝까지 계획을 짜는 스타일이었는데 얘들이랑 여행하면 무슨 계획!! 그 이후로는 그냥 티켓 호텔만 정한다. 어차피 계획해도 그렇게 안 하니까짜증만 날뿐이다.
오늘 아침 9시 비행
집에서 약 1시간 걸리니 오전 6시에 나와 비몽사몽 공항으로 출발했다. 얘들도 조금 컸다고 자기 짐들은 각자 알아서 끄는 모습에 놀래기도 했다. 분명 파키스탄에 오래 살았더라면 독일 보통 아이들처럼 스스로 하는 걸 잘 못 배웠을 거다.
여유롭게 준비해서 오니 마음이 편했다. 예전 공항에 비하면 독일 신공항은 크기도 크고 느낌상 덜 밀리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여전히 왜 짐 끄는 카트는 유료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게이트에서 이제 비행기 타려고 탑승수속을 하는데 근처에 카타르 항공 유니폼을 입은 여자가 눈에 띄었다. 어디서 본 듯한 낯이 익은 얼굴
자세히 보니 아... 10년 전 나의 친했던 옛날 동료였다. 그녀는 여전히 즐겁게 공항에서 일하고 있었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고
짧지만 너무 반가운 만남이었고 기분이 이상했다. 같은 공간에서 있었던 두 여자가 10년 후 다른 모습으로 만나서 말이다.
어쨌든 작년 여름부터 시작해서 파키스탄에서 국내선 한번 탄 이후 비행공포증이 생겨버렸다. 원래 공항, 비행기를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이번에도 난기류 나올 때 긴장했지만 카타르 항공은 오늘 느꼈지만 스무스했고 특히 얘들을 위한 것들(놀이키트나 스낵세트등)을 많이 제공하는 거 같다.
원래는 바로 오만 무스카트를 갈 계획이었으나 어차피 간 거 도하에서 1박 해보고 싶었고 카타르 항공에서 고급 호텔을 저렴하게 스탑오버 승객들에게 제공해 줘서 이용했다.
어차피 24시간 체류지만 공항 수속하고 잠자고 하면 그리 볼 수 있는 게 없고 나의 목표는 수끄 와끼끄였다. 전통 바자르라 구경하고 싶어 호텔도 바로 코앞으로 정했다. 호텔 후기는 따로
라마단 기간이지만 관광객들이 꽤 있었다.
기념품들은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아랍 에미레이트, 카타르, 오만 다 똑같은 기념품들만 판다. 단지 나라 도시이름만 바뀐 채로 판매한다. :)
도하에서 첫끼를 뭘 먹을까 고민 중에 한국인들이 무조건 간다는 양갈비집이 있었다. 택시로만 20분 가까이 걸리고 라마단이라 오픈이 오후 5시 반이란다. 가족들이 모두 다 해물을 원해서 수끄 와끼끄 근처 이집트 해물식당을 갔다. 겉모습은 별로였지만 맛은 너무 좋았다. 이집트 음식이 그리웠나? 아랍국가 여행도 아랍어도 안 쓴 지 10년이 훨씬 넘어서 맛도 추억도 가물가물했었는데... 한입 먹는 순간 이상하게 잊힌 추억들이 다시 꺼내졌다.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