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질, 음악성, 현장감
어떤 소리가 좋은 소리인가?
음향기기를 평가하는데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그 본 목적에 따라,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이 최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좋은 소리란 무엇일까? 오랜 경험에 비추어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소리에는 세가지 요소가 있다. 음질과 음악성, 그리고 현장감이다.
1. 음질
음의 질이다. 얼마나 정교하고(해상력), 깨끗하고(노이즈), 흔들림없이(왜곡) 재생될 것인가가 주요 판단 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금액이 상승될 때 음질은 비례해서 상승하게 된다. 적어도 음질에서는 낮은 금액의 제품이 높은 금액의 제품을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다.
제품 설명에 모니터링, 프로, 전문가 이런 수식어가 있다면, 기본적으로 음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서 제품을 만들었다고 판단하면 된다.
2. 음악성
음악에 담겨있는 감정, 뉘앙스, 메시지를 끌어내 청자에게 전달하는 능력이다. 음질은 비교적 정확한 기준이 있고 측정값을 수치로 표현할 수도 있는 반면, 음악성은 그런게 아예 없다보니 가격으로 판단할 수가 없으며 사람에 따라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린다.
어떤 음악에 담겨있는 감정은 하나가 아니다. 기쁨과 환희일수도 있고, 절망과 슬픔일 수도 있고, 분노와 증오일 수도 있다. 보통 한 제품은 하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제품의 음악성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것이 제한된 장르에서만 발휘되기에 음악성이라는 기준은 셋 중에 가장 부정확하고 신뢰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음악으로 사람들을 치유하고, 응원하는 등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이 항목이다. 아마도 많은 음향 애호가들이 이 세계에 심취하게 된 계기는 음악성이 제공했을 것이다.
3. 현장감
음향기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녹음했던 상황을 재현한다' 라고 할 수 있다. 녹음했던 상황이란 소리만을 한정하지 않고, 공간적인 면도 포함하고 있다. 음질이나 음악성은 별로지만 현장감 하나는 기가 막힌 제품도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현장감이란 소리가 어디에서, 얼만큼 떨어진 거리에서 들려오는지를 말하며, 언급한 음질과 음악성라는 항목은 소리가 어떻게 들려오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판단 기준이 다르다. 소리의 방향과 거리가 중요한 콘텐츠들은 게임, 영화, 드라마, 라이브 음원 같은 일반적인 음악이 아니다.
최근 여러 브랜드에서 현장감을 순간적으로 강화하는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 기능들의 이름은 가상 서라운드, 몰입형 오디오, 360도 음향, 3D 사운드, 공간 음향, Dolby Atmos, DTS 등으로 다양한 편이지만 그 실체와 목적은 같다고 볼 수 있다.
현장감을 좋게 하려면 소리를 전방위로 펼쳐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음을 밀도높게, 집중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 즉, 음질과 음악성 이 둘과 현장감은 서로 반대관계에 있다. 보통 게이밍 헤드셋에서 가장 요구되는 능력이 현장감인데, 그래서 게이밍 헤드셋들은 일반적인 이어폰이나 헤드폰에 비해 음질과 음악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