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편성 클래식을 들어보세요
음향기기를 어떻게 선택하냐고 물으니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며 청음샵에 가보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청음샵에 가도 이런 경험 자체가 많지 않다면 이게 정말 좋은 제품인지 내 귀에 맞는 제품인지 결정을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내 귀에 맞는 제품'인지는 남이 정해줄 수 없는 문제지만 '정말 좋은 제품'인지는 쉽게 판단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건 대편성 클래식을 들어보는 것이다. 대편성 클래식이 낯설다면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곡들을 추천한다. 단 피아노 모음곡이 아니라 오케스트라 버전을 들어야 한다.
대편성 클래식 곡이 음향기기의 성능을 파악하는데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재생하기에 가장 까다로운 장르이기 때문이다.
1. 여러 악기가 등장한다.
각양각색의 서로 다른 악기 소리를 표현하려면 그만큼 드라이버의 표현 능력이 다채로워야 한다. 게다가 각 악기는 재생할 수 있는 음역대가 다르다. 아주 낮은 음부터 아주 높은 음까지 다 낼 수 있는 넓은 재생주파수대역이 필요한 것이다. 이 영역을 담당하는 것은 주로 최종 재생기기 (스피커 / 이어폰 / 헤드폰)이다.
2. 여러 악기가 등장한다 (2)
대편성 클래식에는 수십개가 넘는 여러 악기가 등장하므로 충분히 넓은 공간이 표현되어야만 답답하고 좁은 느낌이 없이 재생될 수 있다. 게다가 악기 위치가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정확한 공간을 표현할 능력(정위감)이 있어야 한다. 스피커와 달리 이어폰과 헤드폰에서는 구조상 공간 표현이 쉽지 않기 때문에 대편성 클래식을 제대로 소화해내기 어렵다. 이 영역을 담당하는 것은 주로 DAC 파트다.
3. 여러 악기가 등장한다 (3)
다른 장르에 비해 대편성 클래식은 곡의 길이가 길고 최소 크기 ~ 최대 크기 음량의 폭(다이내믹 레인지)도 넓다. 아주 여리게 시작했다가 장내가 떠나갈 만큼 쾅쾅거리는 '기 - 승 - 전 - 결'을 표현하기 위해 아주 작은 소리부터 아주 큰 소리까지 낼 수 있어야 한다. 이 영역을 담당하는 것은 주로 AMP 파트로, 음량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표현되는 것은 대체로 앰프의 증폭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대편성 클래식을 제대로 재생하기 위해서는 모든 오디오 시스템이 빠짐없이 제 역할을 해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아무래도 다른 장르에 비해 구성도 복잡해지고 금액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음향기기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대편성 클래식의 만족도도 높아지기에 고급 오디오 유저 중에는 대편성 클래식 애호가들이 많다. 그러나 대편성 클래식을 굳이 좋아할 필요는 없다. 음향기기의 성능을 파악하는데 기준으로만 사용해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