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엄마의 은밀한 취미
통잠 자는 시기 생후 100일, 태어난 지 4개월쯤 되면 밤에 깨지 않고 4~5시간 잘 수 있게 된다는데
첫째는 200일이 되어서야 그날이 찾아왔다.
그것도 취침 들어가자마자 통잠 4시간을 자는 게 아니라 미숙한 엄마에게는 아이를 재우는 데도 2시간이나 걸렸다.
예를 들면 10시에 취침 들어가서 아이가 자기 시작하는 건 12시.
자다가도 무의식적으로 엄마 젖을 찾는 아이가 2시간가량을 자다 깨다를 반복 하며 선잠을 자는 것이었다.
쪽쪽이를 시도해 보고자 브랜드 별로 다 샀지만 엄마 껌딱지이자 젖딱지인 첫째는 쪽쪽이도 완강 거부.
깜깜한 밤에도 이러는데 햇빛이 쨍쨍한 한낮에는 아기 재우는 수고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낮잠 재울 때도 한 시간 넘게 애기 띠를 해줘야만이 자는 예민 아기랑 200일을 독박육아하다 보니 피폐해진 내 몰골과 정신.
낮에는 멍, 밤에는 노역. 그때쯤부터 내가 좀 이상해진 거 같다.
드디어 밤 12시에 통잠에 들어간 아기를 안방에 두고 귀신처럼 거실을 돌아다니는 나.
간절히 바라던 나만의 시간이 왔는데 뭔가는 해야겠고 뭐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고 피곤하지만 절대 잠으로 보내고 싶지 않은 절절함.
분명 낮에는 잠이 쏟아졌는데 밤에는 각성상태가 된 내 뇌가 더한 자극을 원하는 게 느껴졌다.
그때쯤 접한 게 미드 워킹데드.
정말이지 밤에 자다가 꿈에 나올까 얼씬도 안 했던 잔인 좀비물을 밤마다 몇 편이고 봤다.
몸을 물어뜯고 목 잘리고 피 튀기는 장면을 그 어떤 동요없이 어찌나 집중하고 봤는지
28일 후, 28주 후, 새벽의 저주 등등 하드코어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고된 육아를 잊으려고 극강의 호러물로 뇌를 마비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
(에필로그) 첫째 돌 때쯤 단유 후엔 좀비영화 보면서 시뻘건 와인을 먹는 기염을 토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