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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Jan 01. 2024

유산 상속녀

사진 - 사자머리를 한 강아지

출산 후 늘어난 손목인대.

그리고 짙어진 팔자주름.

한 가지를 더 꼽자면 불 시적으로 계속 빠지는 머리카락.


나는 학창 시절 한 머리숱 하기로 유명했다.

한 번은 점심시간에 자리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데 나름 많은 숱을 커버할 정도로

튼튼하고 굵은 머리핀이(하나로 묶이는지 테스트까지 하고 산 머리핀)

내 머리숱을 감당하지 못하고 중력의 법칙에 이끌려 '팅!'하고 풀려 떨어져 나갔다.

같이 도시락 먹던 친구에게 날아갔으면 작용 반작용의 법칙으로 크게 치명타를 입힐 뻔.


또 한 번은 친구가 내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어주었는데 정말 살다 살다 머리 묶어 주다가 손목 나갈 뻔한 적은 처음이라며.

어떻게 모근 한개에 머리카락 세 개가 날 수 있냐며 감탄을 했다.


그리고 내가 가기 싫은 곳 중 하나가 바로 미용실이다.

갈 때마다 숱을 치는 건 기본이고 매직을 할 때는 한 명으론 부족하여 양쪽에 한 명씩 두 명의 스텝이

달라붙어 머리 고데기 질을 하고 염색을 할 때는 남들의 2배 염색약이 들어가 은근 눈치 보기를 여러 번.

아마 내가 가고 나면 내 이름을 블랙리스트에 올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내가 머리숱 빈곤한 신랑을 만나 결혼을 했으니 신랑 머리숱 갖고 놀려댔고 몇 년 후 나는 천벌을 받았다.

그건 머리부자였던 내가 아이 낳고 미친 듯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두 번째 출산에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생겼으니 그건 머리가 빠지는 것도 모자라 흰머리까지 생겼다는 것.


신랑도 40대가 되더니 머리에 희끗희끗 흰머리가 많이 생겼다.

한 줌 두 줌 빠지는 검은 머리,

한 뭉터기 생기는 흰머리.

마주 보고 있으면 같이 보낸 시간이 보이면서~ 배우자가 왜 이리 짠해 보이는지.....

다행히 딸들은 나의 유전자를 받아 금전적으로는 미약하나 많은 머리숱을 유산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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