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07월 일기장 >
결국 푸파파 꼬락서니 보기 싫어 집을 뛰쳐나온 날
답답한 마음에 가끔 맘 맞으면
같이 한잔 찌그리던(?)
동네 애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점심때 가볍게 맥주 한잔 어때?
물었더니 안 된단다.
왜?
나 그날 사실 보험 수업 들으러 가?
웬 보험?
집에 있으면 뭐 해! 나도 아는 엄마 통해 알게 된 일인데
가서 수업 들으면 점심도 주고 시험 합격하면 돈도 줘!
나도 갈래!!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보험 공부를 시작하게 된 나!!
아침 9시에 집구석을 나선다~
아내가 없어야 어떻게든
아이들 등원/등교 신경 쓰겠지 싶어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만 챙겨놓고
나와 버렸다.
정작 쭈마마는 아침을 먹으면
하루 종일 소화가 안돼서
빈 속으로 나온다.
푸신랑 실직 그날 이후로
우리 네 식구 딱 필요한 돈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300만 원인데
쭈마마 재택 아르바이트비, 푸파파 실업급여
아득바득 아껴 써도
매달 50만 원씩 마이너스!!
사실 남편이 일을 못 나가면
아내인 내가 일을 나가도 되지만
내년에 초1이 되는 둘째 딸아이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엄마가 옆에 있어주고 싶었다.
모자란 생활비를
퇴직금에서 갖다 써야 하는데
마지막 비자금을 벌써 헐기 싫어
어떻게 하면 50만 원을 벌 수 있을까 하다가
시작한 보험공부
그렇게 매일 아침 9시에 나가
4시에 귀가하는 삶이 계속되었다.
갑자기 공시생이 된 기분
40대 아줌마가 갑자기 펜을 들었으나
머리가 돌이 돼서 들어가질 않으니
시간을 들여야지
그렇게 딱 보름을 집에 와서도
기출문제 몇 장은 꼭 풀고 잤다.
드디어 시험날!!
얼마 만에 시험인지 거진
세무회계자격증 2급을 딴 것을
마지막으로
15년은 지난 것 같다.
신생아 시절 젖병 빠는 힘이 약해 초유 50ml를
아기를 한 시간 안고 공들여 먹였던
그 근성을 떠올리며
시험 시간 50분을 성을 다해 풀었고
펜을 놓는 순간
난 최선을 다했어하고 당당히 나왔다.
드디어 시험 끝났다.
시험 보느라 진이 다 빠졌네
오늘 저녁은 외식이다
내가 쏠게~~ 곱창 먹으러 가자!
좋아!! 콜!! 근데 합격했어?
몰라. 합격했겠지.
당락여부는 다음 날 나온다고 하는데
턱걸이로 붙은 줄도 모르고
당연 붙었겠지 하며 미리 영접한 곱창님
이게 바로 애 둘 낳은 아줌마의 무대뽀 정신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 날 시험 결과 점수 보니 60점 과락에서 69점으로 합격!!)
며칠 후 50만 원 정도 합격 선물처럼 입금이 되었고
그 달도 겨우 마이너스 탈출!!
나의 이십 대 시절
긴 백조시절에 지쳐 건대입구 근처 유명한 타로 보는 곳이 있어
일부러 찾아갔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제 사주에 재물복이 있을까요?
재물복은 딱히 없어!!
근데 신기하게도
딱 부족한 돈만큼만은
어디서 생기는 사주야
굶어 죽진 않겠어
요즘 세상이 밥 굶어 죽는 세상도 아니고
그땐 큰 재물복이 없다는 말에
실망감이 컸는데
푸파파 실직 후
아이 둘 입에 풀칠할 수 있을까
걱정이 한 보따리인 상태에서는
그런 복이라도 있는 게
다행이다 싶다.
정말 용하다 용해!
그렇게 매달 부족한 50만 원 내외가
7월은 보험시험 합격금!
8월은 1차 민생소비쿠폰으로 생활비 충당!
9월은 쭈마마 40대 첫 아르바이트비!
10월은 쭈마마가 결국 회사를 다니게 되는데
그 험난한 여정은 다음 편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