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는 아이들이 다 먹은 우유팩과 다 쓴 건전지를 모아 면사무소로 향했다. 우유팩 40개를 모으려면 몇 달이 걸리고, 건전지 또한 몇 십개를 모으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차를 타고 가면 지척인 면사무소가 걸어가니 두 시간이 걸렸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환경 실천 모습도 보일 겸해서 아이들과 함께 면사무소까지 걸어갔다. 논길을 지나고 개천 산책로를 지나고 아파트를 돌아서 갔지만 바로 가는 길이 없어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버스를 탔으면 도착했을 시간이지만 아이들과 고생하며 걷는 길이 싫지는 않았다. 큰 길로 가자니 인도가 없어서 갈팡질팡하다가 산 옆길로 새는 길이 있어서 그 길로 접어들었다. 그렇게 어렵게 면사무소에 도착해서 가지고 간 우유팩과 건전지를 교환했다. 몇 달 동안 모은 우유팩 40개는 두루마리 휴지 한 개로, 건전지 20개는 새 건전지 하나로 교환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보상이 소소해서 이렇게 고생해서 온 보람이 있나 순간 생각이 들었다. 작은 보상이었지만, 그렇게 교환하며 느낀 만족감은 꽤 컸기 때문. 사실 우유팩은 그냥 분리수거해서 버려도 되고, 다 쓴 건전지도 수거함에 넣으면 되지만, 나는 왜 이렇게 모아두고 있을까?
그 답은 아주 간단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아무렇지 않게 버릴 수 있지만, 그저 버려지기엔 너무 아까운 것들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이걸 그냥 버리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사용할 수는 없을까? 이 작은 고민이 시작되면서 나의 일상은 조금씩 변해갔다. 플라스틱 음료수병은 그림을 그릴 때 쓰는 물통으로, 아이스크림 살 때 딸려온 작은 숟가락은 식물 이름표로, 일회용컵은 식물 수경 재배의 용기로 변신했다. 세탁소에서 주는 옷걸이는 돌돌이 손잡이로 활용하기도 하고 행잉식물을 꽂아두는 것으로 만들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딸려 온 비닐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 한번 더 사용했다. 이런 소소한 노력이 쌓여 환경을 위한 내 작은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가끔은 이런 일이 수고롭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냥 쉽게 버리고 편하게 살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이 작은 실천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그 아이들에게 환경 보호가 당연한 일로 느껴질 수 있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작은 발걸음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내 손에서 당장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작은 실천들이 이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지며, 더 많은 사람이 동참하게 된다면 언젠가 우리 모두가 느끼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 면사무소로 향할 것이다. 빈 우유팩을 들고, 다 쓴 건전지를 손에 쥔 채로 말이다. 그날, 우리는 두루마리 휴지 하나와 새 건전지를 받으며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웃는 우리를 보며, 내가 했던 작은 수고가 조금 더 가볍고 따뜻하게 느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