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연휴는 말 그대로 집콕하는 시간이었다. 폭설이 내리기도 했고 어딘가로 떠나지도 못했기에 온 가족이 집에서 서로 비벼야했다. 각자의 방이 있지만 한 집에서 며칠동안 24시간 꼭 붙어서 지내야 하니 이것도 못할 일이었다. 우선 답답했다. 안되겠다 싶어서 고슴도치같은 아들 둘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아무리 지갑을 꽁꽁 싸매는 시기라 하더라도 외식은 해야겠기에 자주 가는 중국집에 갔다. 설 당일인데도 이곳은 문을 열었다. 우리처럼 오붓한 가족이 앉아있기도 했고, 대가족이 앉아있기도 했다.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해서 배부르게 먹은 후 우리는 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다.
고슴도치인 작은 아들이 살짝 가시를 세우기에 나는 옆에서 다독이고 남편은 차를 몰았다. 그렇게 귀엽던 두 아들이 어느새 임금님도 무서워한다는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살짝 물러간 듯하면 가시를 치켜세우기에 고슴도치라고 부른다.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이지만 가끔은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며 사춘기라는 파도를 타고 있다.
“어디로 가지?” 딱히 목적지가 없었기에 가끔 가는 저수지쪽으로 가보기로 한다. 저수지를 끼고 식당이나 카페가 많이 들어서서 종종 드라이브 가는 곳이었다. 설날이라서 그런지 도로는 한산했다. ‘시골에 갔으면 지금쯤 친정을 향해 달리고 있을텐데!’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져서 씁쓸했다. 알 수 없는 마음이다.
한참 차를 타고 달리니 저수지가 보이고, 이내 식당과 카페가 나타났다. 어느 카페로 갈까 하고 둘러보니 문을 닫은 곳도 있었고 영업을 하는 곳도 보였다. 그 중에 익히 아는 카페 이름이 보였다. “우리 저 카페 가보자.” 많이 들어봤던 카페가 보여서 우리는 그리로 갔다. 설날인데도 생각보다 자동차가 많아서 우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주차를 하고 카페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가득했다. 우리는 일단 앉을 자리를 찾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저수지가 보이는 창가 자리는 사람들이 앉아있고 남은 자리는 구석진 자리 밖에 없었다. 우리가 마실 커피와 아이들이 마실 아이스티를 주문하고 빵도 하나 골랐다.
남편은 창가에 자리가 나는지 계속 그쪽만 힐끗거리더니 결국 창가 자리를 구했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남편은 치열한 자리 경쟁에서 오늘 승리를 하고는 기세등등하게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오, 커피 맛있다. 부드러운데!” 하기에 이 카페 운영자가 직접 로스팅을 한다고 말해주었다.
명절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가족들이 많이 보인다. 오랫만에 모여서 제사 지내고 오후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려고 카페에 왔나 싶었다. 집에서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지만 뷰가 멋진 곳에서 담소를 나누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가 나가면 또 다른 자동차가 들어왔다. 남편과 나는 오늘 하루 이 카페 매출을 예측해보며 살짝 웃었다.
통창으로 밖을 보니 저수지를 낀 풍경이 세계 3대 미항이라는 ‘나폴리’ 같았다. “여기 나폴리 같지 않아?” 남편에게 이 말을 했더니 웃으면서 “우리나라에 나폴리 많네.” 한다. 우리가 예전에 갔었던 통영도 한국의 나폴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남편과 나는 커피를 마시고, 아이들은 레몬을 살짝 띄운 아이스티를 마신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커피 맛이 부드럽다. 어제까지만 해도 하루종일 폭설로 몸살을 앓던 하늘이 오늘은 저렇게 파랄 수 있나 싶게 예쁘다. 몸은 여기있지만 마음은 어느새 가본 적 없는 나폴리를 향해 날아간다. 지금 내 눈 앞에는 아름다운 나폴리가 펼쳐져 있다. 별스럽지 않은 설날이지만 잠시의 외출로 마음이 세계일주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