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는 처음이야

by 소금별

이제 남은 생을 의연하게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누구에게나 지금 이 나이는 처음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를 찾아오는 여러가지 징후들이 나이듦을 깨닫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보니 왼쪽 팔이 이상했다. 팔을 이리저리 움직여보고 위로 올려보니 아!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그때만 해도 밤새 잠을 잘못 잤나 싶어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팔이 아프니 하루종일 모든 것이 불편했다. 머리를 감을 때도, 옷을 갈아 입을 때도 왼쪽 팔이 위로 올라가지 않으니 아무렇지 않던 일상이 뒤엉켜버렸다.


오후가 되었지만 여전히 팔을 들어올리는 일이 쉽지 않기에 얼마 전에 갔었던 한의원에 가보기로 했다. 무조건 참고 기다리는 것보다 물리치료를 받고 더 빨리 괜찮아지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한의원 가는 길에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작년과 올해 이게 갱년기인가 싶은 증상들이 나타나서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작년 초에는 자고 일어났더니 괜찮던 손목이 시큰거렸다. 설거지하는 것조차 통증을 느끼게 할 만큼 손목이 아렸는데 시간이 지나니 거짓말처럼 괜찮아졌다. 거참 별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에는 요실금인가 싶은 증상이 생겼다. 그 이후로 괜찮아졌는데 올해 초에는 감기가 나를 괴롭혔다. 찬바람만 쐬었다 하면 몸살감기가 도지는 것이다. 한 살 더 먹느라 몸도 나이에 적응하려고 면역력이 떨어졌나 싶었다. 어제도 그 감기몸살로 하루종일 앓았는데 오늘은 왼쪽 팔에 이 통증이 찾아온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엄마가 내 나이쯤 되었을 때 팔이 아파서 밤에 한숨도 못잤다며 나에게 하소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그 시절 엄마 나이가 되어보니 비로소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는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나이 먹을 때의 서러움을 느꼈을까?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는데 특히나 여자는 갱년기가 찾아오면 심한 우울감도 느끼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는데 엄마는 그 시절을 어떻게 살아냈을까? 엄마가 걸어간 그 길을 딸이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녀에서 청춘으로, 청춘에서 중년으로, 중년에서 장년으로 가는 그 나이에 처음 가는 그 길을 걸어갔을 엄마 모습을 떠올려본다. 누구나 지금 이 나이는 처음 살아보는 거라서 어설프고 낯설다고 한다. 언젠가 배우 윤여정이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60세가 돼도 인생은 몰라요. 나도 처음 살아보는 거니까. 나도 67살은 처음이야.” 그녀의 말처럼 우리에게 주어지는 날들은 매일 새롭고 낯설다. 나에게 주어진 청춘 후반전은 아쉽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겠지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인생이기에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어느 날 문득 또 이상한 증상이 찾아온다면 나이값을 하라는거구나 여기면서 당황하지 말아야겠다. 내일 또 새로운 모습의 내가 찾아오더라도 덤덤히 받아들이며 남은 생을 의연하게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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