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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도서선정단 책토론, 몰입의 기쁨

by 소금별

시민도서선정단 3차 책토론이 있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모두 5권이다.

2차와 3차는 비대면인 줌으로 토론을 하기에 저녁 7시가 되어 줌에 접속을 했다.

오늘은 5권의 책 중에서 2권을 떨어뜨리고, 3권을 선택해야했다.



12월에 읽은 책은 소설인 〈지켜야 할 세계〉와 〈멜라닌〉, 에세이로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공감의 반경>,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로 모두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읽은 책을 요약하자면, 〈지켜야 할 세계〉는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문경민 장편소설이다.

이 책은 한 가족의 불우한 서사를 담고 있는 책으로, 담담히 자신의 길을 디뎌온

국어 교사 정윤옥의 이야기이다. 장애인인 동생과 학교에서 배제당하는 제자인 수연 등의

등장 인물들이 나오고 학교비리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5권 중에서 떨어질 책으로 골랐다. 교육현장에서 자신의 소신을 다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감동이었지만 야학 선생인 정훈과 제자인 수연과의 불건전한 관계 등이

읽는 내내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토론을 통해 살아남았다.



다른 소설인 <멜라닌>은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걸쭉한 장편소설로

파란 피부를 가진 제이를 통해서 차별과 폭력, 혐오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나는 이 소설을 3권에 낙점했지만 거듭되는 토론을 거쳐서 탈락했다.



정치적, 경제적 이슈들이 짜임새있게 녹아 있지만 소설 배경이 우리에게 다소 낯선

미국이기 때문이다. <멜라닌>을 추천했던 사람들이 토론을 거치는 동안

<지켜야 할 세계>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면서 토론의 힘을 다시금 느꼈다.



노동에세이라고 할 수 있는 <나는 얼마짜리입니까>는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는 노동자이거나 누군가의

노동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살릴 책으로 선정했고 다른 사람들 역시 이 책을 추천했지만

이 책 역시 여러 번의 토론을 거치는 동안 선정되지 못하고 탈락했다.



복병은 <공감의 반경>이었다. 저자는 공감의 반경을 넓히는 것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역설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 대립을 하거나 전쟁을 하는 시대에

공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담고 있어서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추천하지 않았지만 토론을 거쳐서 올해의 책 후보로 올라갔다.



에세이인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는 미라클 작전으로 구출한 아프간 특별기여자

157명의 울산 정착 기록을 담은 르포 형식의 책이다.



우리나라도 다문화가족이나 이민자, 난민등의 상황이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로

돌릴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들을 무조건 배제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어울려 살 것인지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사회복지사, 통역사, 교육감, 이웃 등의 인터뷰를 통해 난민의 성공적인 정착을 보여주고 있어서

다른 지역에서 이를 본보기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 역시 다수의 추천으로 올해의 책 후보가 되었다.



책은 주로 혼자 읽고 필사하는 정도였는데 토론하며 읽는 책은 또다른 느낌이다.

나만의 시선과 관점으로 책의 한 면만 보았다면, 다른 사람과의 토론은

그 책의 다른 면을 보게 한다. 그렇게 수긍하고, 그렇게 동조하게 된다.



오늘 5권의 책 중에서 <멜라닌>과 <나는 얼마짜리입니까>가 탈락했다.

두 권 모두 내가 추천한 책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다보니 그들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다수의 추천을 받은 책이 다수의 찬성으로 탈락했고,

그 과정에 참여하며 책을 좀 더 넓고 깊게 볼 수 있어서 몰입의 기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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