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갑상선 전절제 수술 후기
수술 후 첫 기억은 정말 처음 겪는 고통 때문에 너무 아파서 울면서 눈을 떴고,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흐느끼는 소리를 들으신 간호사 선생님이 "아직 깰 때 아닌데!"라는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수술 후기를 보면 생각보다 괜찮다는 글들이 있었는데 그것은 정말 엄청난 거짓말이었다.
절개 부위의 통증은 난생처음 느끼는 고통이었고
(채칼에 손을 베여 살이 덜렁거리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정도의 통증이었다)
목 속이 매우 까끌거리고 따가웠으며 이물감에 당기는 느낌, 피 맛도 났다.
평소 목 속에서 저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면 목이 아파 아무 말을 하지 않았을 테지만 목 속 보단 수술 부위가 훨씬 아팠기에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쇳소리를 내며 "너무 아파요"라고 말했다.
나의 소리를 듣고 오신(흐느끼는 소리를 들으신 건지, 목소리를 들으신 건지,,) 간호사 선생님께선 진통제 넣었으니 괜찮을 거고, 울지 말고 조금만 더 쉬라고 하셨다.
당시 나는 너무 아파서 쉴 정신이 없었고 그냥 진통제나 왕창 넣어주길 바랬다.
그래서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계속 "제발요.. 너무 아파요.." 하며 우니 회복실에서는 진통제를 더 넣어줄 수가 없으니 일단 병실로 올라가야겠다며 이송반 선생님을 불러주셨다.
이후 눈이 다시 감기고 누군가 나를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병실에 도착하였고 이제 수술실 침대에서 병실 침대로 옮겨 누워야 했다.
또 고비가 찾아왔다.
목에 약간이라도 힘이 들어가면 수술 부위가 너무 아파서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결국 수술실 침대에서 병실 침대로 옮겨 가는데 5분 넘게 걸렸다.
(여기서 팁이라면, 본인이 옮겨가는 것이 덜 아프다...)
그리곤 자꾸 감기는 눈과 사라지는 정신을 붙잡고 있던 찰나 침대에 옮겨진 지 10분도 안 돼서 교수님께서 오셨다.
당시 무슨 말씀을 하셨는데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어머니께 여쭤보니
수술이 참 잘 됐습니다. 혈관 지혈 때문에 시간이 좀 걸렸고 수술 부위가 꽤 넓어서 아플 수 있는데 눈으로 보기엔 암으로 의심되는 것도 없었고 깨끗하게 잘 떼어냈으니 더 이상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수술 시간만 예상보다 30분이 더 걸려서 어머니가 정말 많은 걱정을 하셨는데 왜 그랬는지 친절히 설명해 주시고 쾌활한 말투로 수술 잘돼서 걱정하실 필요 없다고 말씀해 주시니 모든 걱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고 하셨다.
마취에서 완전히 깨어난 후에도 나의 고난은 끝이 없었다.
병실에 올라오자마자 진통제를 추가로 주셨는데 시간이 지나도 너무 아파 진통제를 또 맞았다.
그리고 1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수술 부위에 압력이 가해지면 봉합한 것이 터질 수 있다며 간호사 선생님이 항구토제를 추가해 주셨다.
이후 아무 일도 없던 듯이 속이 편안해졌다. 고통도 좀 잦아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진통제를 4개 맞았다고 이렇게나 속이 안 좋을 수 있을까?라고.
TMI, 나는 트라마돌에 부작용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페치딘에도 부작용이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추가로 놔주신 진통제는 페치딘이었고 그 약물로 인해 오심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으으....
속이 괜찮아지고 정신을 차린 후에 회복을 빨리 하겠다고 숨쉬기 운동을 시작했다. 진짜 진짜 열심히!
침만 삼켜도 목구멍이 아프고 고개를 어떤 방향으로 해도 아파 눈물이 줄줄 흘렀지만 마취가스를 빼내는데 온 힘을 다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신 간호사 선생님이 "환자분~ 너무 자주 숨쉬기하면 쥐 날 수 있으니 쉬었다가 하세요~"라고 하시마자마 발가락 끝이 말려버렸다.
발가락이 말린다?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손가락도 오그라들면 전기가 흐르는 느낌이 드는 동시에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고 눈물이 뚝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보신 어머니는 놀라시고 간호사 선생님은 "아이고야" 하시며 찜질팩으로 찜질 및 계속 주물러주셨다.
체감상은 10분이었는데 한 2분 지나니 고통이 사라졌다.
이후 멍한 표정으로 있으니 "숨쉬기 천천히 쉬어가면서, 아셨죠?"라며 조언을 해주시곤 떠나셨다.
이후 진이 빠진 탓인지 수술 때문에 무리한 탓인지 잠이 왔지만
4시간 동안 잘 수 없던 탓에 숨쉬기 운동과 얼음물 마시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속이 좋지 않아 저녁은 먹지 않았고 아홉 시 사십 분에 되자 잠에 들었다.
그렇게 갑상선이 없는 삶이 시작되었다.
Information, 부갑상선 기능저하증(=저칼슘혈증)
수술 후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은 갑상선 전절제 환자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증상인데
전절제 수술로 인해 부갑상선이 제거되거나 무리를 해
일시적으로 부갑상선 기능저하증(=저칼슘혈증)이 생기며 이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은 수술 후 발생해 최대 6개월 정도까지 발생한다고 설명해 주셨다.
"보통은 이주정도면 증상이 사라지긴 하는데 길면 6개월도 증상 발생할 수 있어요~"라고.
부갑상선이 제거된 것은 아니지만,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5년 정도 앓고 있었다 보니 수술 후 부갑상선 무리가 심했고
이로 인해 칼슘 수치가 낮아 입원기간부터 칼슘과 비타민D를 처방받아 섭취 중이다.
수술 후 약 두 달 반이 지난 지금은 약을 잘 챙겨 먹으면 별일 없지만
이틀정도 깜빡하거나, 약을 먹어도 카페인을 좀 섭취한 날은 발, 종아리, 두피에 쥐가 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