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기능 항진증 완치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덜덜 떨며 내분비외과 진료실에 들어가니 교수님께서 쾌활한 목소리로 반겨주셨다.
그리고 지난 내분비내과 진료 때 촬영한 갑상선 초음파 사진을 보시곤 "수술해야겠네요~"라고 말씀하셨다.
초음파 사진을 보자마자 수술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에 당황하곤 결절이나 혹이 있는지 여쭤봤다.
그러자 결절이 많기도 하고 갑상선이 남들의 20배는 족히 되어 보이는데 목 조임이나 숨 쉬는 게 어려웠던 적이 없었는지 물으셨다.
종종 숨이 잘 안 쉬어진 적은 있으나 그게 갑상선 항진증의 증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갑상선 크기가 커서 발생한 문제였다니..
우리 몸은 정말 몹시 예민하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내분비외과 교수님이 다시 말씀하셨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 먹는 약이 항진증 약보다 훨씬 안전하고, 가임기 젊은 여성이니 수술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차트를 보니 내분비내과 교수님도 오래 고민하시고 저한테 보내주신 것 같은데~ 평생 저하증 약을 먹어야 하나 그건 영양제 먹는 정도로 생각하면 되니 걱정 말고 일단 날짜 잡고 가요~
진료만 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수술 날짜까지 잡고 가야 한다니..
내가 죽을 때까지, 죽고 나서도 내 몸속에 장기가 없어질 것이라곤 생각해보지 못해서 몹시 충격이었다.
몸에 칼을 대는 수술도 아기를 낳을 때나 경험해 볼 것이라 생각했는데..
진짜 수술을 해야 하는 건가, 약물 치료로 완치를 할 수 없는 건가, 100살까지 살아야 하는데 괜찮을까, 수술하면 체력이 엄청 떨어진다는데 괜찮은 건가 온갖 생각이 들었다.
잔뜩 겁을 먹은 상태로 진료실을 나와 수술 상담실에 가니 최대한 빠른 날짜로 수술을 했으면 좋겠다는 메모가 있다며 한 달 반 정도 뒤인 2월에 수술 날짜를 잡았다.
수술 날짜를 잡고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생긴 부정맥 때문에 심장내과, 채혈 중 쓰러진 경험으로 인해 신경과, 일자목으로 인한 정형외과, 수술 마취 관련하여 마취통증의학과 예약이 잡혔고, 수술 전 내분비외과 진료 한 번 더 보고, 수술 전 날까지 갑상선 내분비내과 진료도 진행하기로 했다.
수술 하나를 위해 몇 개의 진료과를 방문하는 것인지@_@...
수술 날짜, 진료과 예약 날짜들이 확정되고 부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내일 출근해서 다시 보고드릴 예정이나, 이런 사정으로 수술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날짜들에 연차를 사용해야 할 것 같다고.
입사하면서부터 수술을 해야 할 수 있음을 말씀드린 덕분일까(말씀드렸던 수술은 아니었지만..)
부장님께서는 드디어 수술을 하는 것이냐며 일단 내일 복귀해서 다시 의논하자고 하셨다.
TMI지만 2월에 날짜 잡는 것에 매우 고민이 많았다.
병원에서 일하는 나는 3월, 9월이 가장 정신이 없는데 2월에 수술하고 3월 초에 복귀할 수가 없었고, 3월에 대학원 개강도 있어 날짜를 잡는 것에 매우 고민이 많았다. 수술 날짜를 잡을 때 회복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니 다른 분들도 이 점 잘 고려하고 날짜를 잡으시길..!
이후 수술 전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수술 2주 전부터 '젬스테인 용액'이라는 것을 섭취하는 것인데
해당 용액은 갑상선 혈류량이 줄어들 수 있도록(작고 단단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 수술이 원활하게 진행되게 해주는 용액인데
안전한 수술을 위해 반드시 복용해야 하며 나의 경우에는 하루 3번, 식후 0.3ml씩 200ml 음료수에 타먹었다.(이때 일 년 치 음료수를 다 먹은 것 같다.)
젬스테인 용액을 복용하니 복용 첫날부터 몸에 문제가 발생했다.
약을 먹은 지 2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얼굴이 간지럽고 붉은 반점이 올라오고 목구멍(목 안쪽)이 붓는 느낌이 났다.
숨을 못 쉴 정도는 아니었으나 불편감이 느껴지고 말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그러는 것일까 하고 기다렸고 3시간 정도 지나니 목이 붓는 것은 좀 가라앉는 듯했다.
그리고 점심약을 먹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에 섭취할 때보다 더 가렵고 숨 쉴 때 더 답답한 것이다.
그래서 수술 상담 간호사님께 전화를 드렸고 아무래도 젬스테인 용액에 알레르기가 있는 것 같으니 항히스타민제를 얼른 먹으라고 하셨다.
허걱. 수술 전 꼭 먹어야 하는 약인데 알레르기 반응이라니..
팀장님께 상황을 보고 드린 후 잠깐 알레르기내과에 방문하여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았다.
항히스타민제는 대단하다! 약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 쉬는 것이 편해졌고 가려움도 사라졌다.
그 뒤로 용액을 먹을 때면 항히스타민제를 같이 복용하였다.
젬스테인 용액의 부작용은 또 있었다.
여드름이 난다는 것이다! 이마와 왼쪽 볼, 턱에 여드름이 지속적으로 생겼다.
젬스테인 용액 부작용을 찾아볼 때 여드름 얘기가 있었는데 그것이 나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였다니..
다행히 수술 후 젬스테인 용액을 끊으니 여드름이 쏙 들어갔다.
젬스테인 용액은 생각보다 많은 부작용을 지닌 약임을 몸소 확인하며 입원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