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 raise me up Mar 27. 2024

20대에 자가면역질환 환자가 되다니.

그레이브스병에 걸리다.

나는 석사 3학기 재학 중 갑상선 기능 항진증 진단을 받았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레이브스 병(Graves' disease) 진단을.

병원에서는 발병 원인을 알 수 없고 주 발병 원인을 스트레스로 추정 중이라고 말했으며 그때서야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깨달았다.


대학생 시절 뭐가 그리 불안했는지 오늘보다 내일 더 잘하고 싶었다.

오늘보다 내일 더 완벽해지기 위해 빡빡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밥 먹는 시간조차 지키지 못한 적이 많았다.

종종 끼니를 챙기지 못할 때면 너무 배가 고팠고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식사 대신에 고칼로리 음료를 마시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별다방의 초코 프라푸치노 같은.

식사를 고칼로리 음료로 대체한 이유는 어디서나 마실 수 있는데 배가 부르고, 일일 적정 칼로리도 맞출 수 있으니 최고의 방법이라 착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탄단지는 전혀 없고 당과 칼로리만 가득인 것을 먹고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게 너무 어이없다! 정말로!!!!


몸에 제대로 된 에너지가 없는 상태에서 대인관계에 대한 예민함이 내 몸을 더 상하게 했다.

일도 잘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 사람이고 싶었던 나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늘 예민하게 안테나를 켜 주변을 살피고 그들이 원하는 반응을 보이려 최선을 다했다.

20살 당시에도 저녁이면 지쳐 쓰러질 정도로 에너지 소모가 엄청남을 몸소 느꼈지만 이런 행동이 내 몸을 상하게 할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이렇게 살아야지 성공한 삶이며 남들도 당연히 이렇게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4년이 지나니 몸이 약해지고 성격이 굉장히 예민해졌다.

한 때는 엄마가 눈물을 흘리며 무엇 때문에 이리 예민해졌냐고 하실 정도로.

당시 예민해졌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고 다만 쉽게 화가 나고 늘 더웠다는 것은 기억이 난다.

가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한 건 아마 이때부터였을 거라 생각된다.


이러한 상태로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학부 전공과는 다른 전공으로 석사를 가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영어강의를 들으려니 버거웠고,  또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실행하려 하니 한 학기만에 4킬로가 빠졌다.

키 169cm인 나의 몸무게가 47킬로가 되니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그 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예민해졌다.

또, 석사 과정은 집에서 통학했기에 하루 4 끼씩 먹고 간식도 먹는데 살이 다시 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목이 붓고 열이 났다. 임파선염으로 착각하고 격주로 이비인후과에서 약을 타 먹을 정도로 목이 붓고 힘들었다.

이때까지도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정상이었기에 나에게 병이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런 와중에 석사 3학기 생이 되었다.

컴퓨터를 많이 봐서인지 어느 순간 눈이 말도 안 되게 건조하고 따갑길래 안과에 갔다.

검안기에 눈을 대자마자 의사 선생님은 갑자기 내게 내과를 좀 가보라고 하셨다.

'이게 무슨 말이야 눈이 건조한데 뭐 이런...'이라는 생각을 하며 눈에 문제가 있냐고 물으니 몸 상태와 목, 눈을 봤을 때 갑상선에 이상이 있는 것 같으니 갑상선 전문 병원으로 빨리 가봤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갑상선이라는 장기를 이때 처음 알았다.

항진증 진단을 받고 우울한 마음에 바로 집으로 갈 수 없어 드라이브를 하던 사진. 날씨가 나의 맘과는 다르게 어찌나 맑던지.

뭔가 위험해 보여 엄마께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한 후 동네에서 유명한 갑상선외과를 방문해 각종 검사를 진행했다

안과 선생님 말씀이 맞았다.


검사 결과 나는 만 23살에 그레이브스 병,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가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