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뭍으로

9. 섬 우체국 집배원이 전하는 편지

by 채원present



우체국 업무를 마치고 남은 시간 고구마 농사를 짓는다. 한가한 시간 대신 늘 촉박하게 하루를 보낸다. 이 촉박함 속에서도 뭔지 모를 허전함이 항상 가득 차 있었다. 취미, 동호회, 이 작은 섬에 이것저것 모임들이 많았지만 참여하고 싶은 나의 열정은 계속 잠을 잤다. 나의 배꼽부터 쌓여있던 무엇이 세상 밖으로 나올 시점이 분명했다.

바리스타 강사로 지낸 도시의 삶이 욕지도 카페를 기웃거리게 했다. 카페지기이며 이미 섬 작가로 등단한 분과의 첫 만남이다. 나의 열정 또한 작가의 꿈을 실현하는 우연히 가져다준 선물이다.

캘리그라피 라는 유행 같은 예술시장은, 그때 필요한 적절한 말들을 글로써 표현해내는 내마음속 이야기들을 멋진 작품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노력이 가져다주는 감사함,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절함 또한 나의 흥미를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힘들게 일한 날, 붓과 마주한 시간은 흥분된 하루를 충분히 가라 앉혀야 비로소 먹물 한 점 찍을 수 있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 같은 옛 선비의 가르침 같다. 천천히 서두러지 않고 보고 듣고 나만의 작품세계에 빠져든다.

똑같은 글을 열 번,백번 쓰 보지만 기본을 익히고 나만의 글이 나와 물아일체가 되는 순간은 그리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반복 습관만이 조금씩 나를 원하는 곳으로 밀어준다.

표현되는 글이 나에게 너에게 감동이 와야 한다. 나의 느낌으로 화선지 위에 내 마음을 살포시 던져본다. 오롯히 누구에게 울림으로 전달되라는 염원과 함께 뭍으로 캘리그라피 전시회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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