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혹은 빠르게, 아이와 닮아가는 순간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했던 질문 중 하나.
“이 아이는 왜 이렇게 끊임없이 움직이고, 멈추지 않을까?”
나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차분하게 움직이는 편인데, 아이는 언제나 새로운 경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처음엔 그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내 방식대로 아이를 지도하고 싶었고, ‘조금만 더 차분했으면...’ 하는 바람도 컸다.
어느 순간 불쑥, '우리 아이가 ADHD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검사를 해보았지만, 모든 결과는 정상이었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혹시 내가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아이는 원래 그런 것인데, 나는 내 기준으로만 판단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기질검사 결과는 예상보다 더 정확하게 아이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아이는 높은 자극을 추구하고,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아이.
모험을 즐기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며, 주저함이 없다.
반면 나는, 높은 자극을 좋아하지만, 안정을 원하고 책임감이 크다.
결정을 내릴 때도 오래 고민하는 신중한 성향.
아이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플루트, 첼로, 해금, 수영, 스케이트, 발레, 현대무용, 치어리딩...
그 모든 것들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갔다.
나는 그런 아이가 버거웠다.
“너무 앞서가지 말고,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위험할 수도 있으니 천천히 해보자.”
하지만 조심스럽던 내 말은, 아이에게 ‘지루함’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기질을 가졌지만, 그 차이 덕분에 우리는 균형을 잡아가고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잠시 멈춰 생각하는 법” 을 알려주었고,
아이는 나에게 “용기를 내어 도전하는 법” 을 가르쳐주었다.
기질은 변하지 않지만, 그 기질을 바라보는 태도는 바뀔 수 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아이의 기질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 기질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조력자가 되었다.
때로는 속도를 늦추게 돕고, 때로는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응원한다.
부모와 아이의 기질이 같다면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르기에 우리는 서로를 비추며 배운다.
아이의 기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익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부모의 역할 아닐까.
나는 오늘도 아이에게서 배운다. 조금 더 용감하게, 조금 더 자유롭게.
그리고 아이도 나를 보며 배울 것이다. 조금 더 신중하게, 조금 더 차분하게.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닮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