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도 여행!
진정한 발견의 여정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다.
프루스트
알맹상점 매니저에게는 텀블러 사용이나 '용기내' 실천은 환경을 위한 극한 체험이 아니라, 떡볶이 국물에 튀김 찍어먹듯 즐거운 일이다. 분식을 처음 먹는 외국인에게 "왜 튀김만 드세요? 떡볶이 국물 끼얹어 먹어야 더 맛있어요."라고 추천하고 싶은 기분이랄까. (못 말리는 오지라퍼입니다…) 친환경 실천을 하면 텀블러 할인으로 공돈도 생기고, 미세 플라스틱 노출을 줄여 건강에도 좋고, 나와 지구를 위해 좋은 일 한다는 자부심도 차오른다. 하지만 도통 친환경 실천이 어려운 분야가 하나 있으니 바로 여행인 것이다.
여행은 집약적으로 자원을 사용하는 활동이다. 그동안 꾹 참고 일해 긁어모은 돈으로 여행 떠나는 거, 저희만 그런 거 아니죠? 돈을 많이 쓴다 = 자원과 에너지를 많이 쓴다! 굳이 아인슈타인을 들먹이지 않아도 속도가 빠른 이동은 그만큼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비행기는 365일 동안 쌓아온 소소한 환경실천을 한방에 날려버릴 만큼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여행은 자원과 에너지 사용, 쓰레기 배출, 온실가스 배출 면에서 친환경 실천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그런 이유로 나는 최소 5년은 비행기 여행을 셀프 금지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왜 친환경 실천이 힘들다고 하는지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초콜릿 한쪽을 똑 떼어내 입에 넣듯, 같은 언어와 문화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부유하는 달콤 쌉쌀한 외로움과 거리감을 국내여행으로는 채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를 테면 나는 지금 태국에서 ‘땡모반’을 먹고 싶달까. I’m a 속세살이 필부필부 갑남을녀… 도대체 통일은 언제 될 것인가. 언제쯤 시베리아 대륙횡단 열차가 대한민국 ‘섬나라’와 연결될 것인가. 민족 부흥의 사명 따위 모르겠고 시방 제 소원은 통일이랑께요. 명절이 되면 이산가족이라도 찾듯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닿는 북녘 땅을 지긋이 바라보는 것이었다. (BGM 알맹지기의 소원은 통일)
이렇게 욕구불만이 쌓이면 이상한 곳에서 이상한 형태로 폭발해 몹쓸 인간 되기 십상이다. 그렇게 다른 방식의 여행을 찾아보고 시험해 보기로 했다. 성북동 비둘기가 돌 온기에 입을 닦듯, 새로운 풍경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는 프루스트의 말에 비벼본다. 여행 안 가고도 일상의 모든 순간이 여행이 되는 광고 카피 같은 인생, 언젠가 이런 날이 오겠죠? 아직 그 경지에 이른 것은 아니므로 떠나지 않아도 여행 떠난 기분을 느끼는 방법과 좀 더 환경적인 여행법을 소개한다.
지금 여기의 여행: ‘당근’에서 찾은 중고 물건을 영접하려 낯선 동네 기웃거리기 (당근도 하고 낯선 동네도 산책하고! 동네 맛집이나 멋진 카페, 비건 베이커리, 문방구 등을 미리 검색해 찾아가도 좋다.)
‘안단테’ 여행: 가능한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여행을 한다. (한 달 살아보기 등)
공정여행 :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는 여행사 혹은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국내의 경우 ‘착한여행’ ‘트래블러스맵’ 등이 있다)
다른 생명에 해가 되지 않기 : 적어도 이 정도는 해봅시다! 돌고래 쇼 관람, 코끼리 타기 등 동물과 생태계, 지역 주민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여행은 하지 않는다.
다크 투어리즘 : 환경재해를 입거나 생태계가 파괴된 곳을 방문하는 여행으로 체르노빌 다크 투어 등이 있다. 알맹상점에서는 2023년 쓰레기 매립지, 소각장(자원회수시설), 재활용 선별장 등 쓰레기의 여정을 따라가는 쓰레기 올인원 투어를 진행했다.
공유 숙박이라 하면 '에어비앤비', '코자자'와 같은 유료 서비스를 떠올리지만 돈을 매개하지 않는 공유 숙박도 있다. 노동력 제공이나(우프, 헬프엑스), 집 교환(홈익스체인지)의 형태 혹은 그저 여행자가 좋아서 현지인이 공간을 내놓는 무료 공유 숙박도 있다. 호혜에 기반한 서비스로 현지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로컬(동네) 여행에 적합하다.
카우치서핑: 여행자에게 무료로 숙박을 공유하는 사이트
우프: 유기농 및 친환경 농가에서 일하고 숙박을 제공받는 공유 사이트
웜샤워: 자전거 여행자에게 무료로 숙박을 공유하는 사이트
헬프엑스: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숙박을 제공받는 공유 사이트
홈스테이코리아: 해외 여행객이나 학생들이 국내 가정에서 지내기
홈익스체인지: 여행자들끼리 집을 교환해 살아보는 집 교환 플랫폼
모르는 타인과 숙박을 함께 한다니, 불안한 사람들은 ‘헬프엑스’를 통해 적은 돈과 넓은 경험으로 유럽, 남미 등을 여행한 모모님의 책, ‘우프’를 통해 유럽을 여행한 ‘유기농 부부’의 책을 읽어보시길
유럽, 여행 말고 우프! - 색다른 부부의 유기농 라이프
공유 차량을 이용하거나 카쉐어링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공유 차량으로 유명한 우버와 그랩처럼 잘 나가다 보니 공유 차량보다는 택시 서비스에 더 가까워지기도 했으나, 유럽의 ‘블라블라카’처럼 카쉐어링 형태로 운영되기도 한다. 블라블라카를 여러 번 이용해 본 바 실제 운전자가 자기 차로 여행이나 출장을 가는 길에 남는 좌석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탄소 저감 비행기 선택 혹은 탄소배출 상쇄 프로그램 이용 : ‘스카이스캐너’ 등 비행기 예약 앱의 경우 좀 더 탄소 배출량이 적은 항공기를 표시해 준다. 혹은 항공 여행으로 배출한 탄소를 상쇄하기 위해 나무 심는 프로그램이 있다. 직접 나무를 심거나 숲을 가꾸는 행사에 참여하거나 관련 시민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생명의 숲, 푸른아시아) 루프트한자나 캐세이퍼시픽 항공사의 경우 탄소상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채식 : 여행 다니면서 맛있는 채식 음식이나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면 그 자체로 훌륭한 환경 실천이 된다! 고기 없는 식단을 선택해 보자. 전 세계 비건 식당을 알려주는 ‘해피카우’ 앱을 깔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기내식의 경우에도 미리 예약 시 비건이나 채식 메뉴를 신청할 수 있다.
탄소발자국 계산기 (교통 선택) : 버스, 택시, 자가용 등 차 이용 시
글 | 알맹지기 금자(고금숙) ko@alma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