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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맹상점 May 01. 2024

느린 여행

비행기 너를 어쩌란 말이냐



‘금요 시위’를 이끈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나라 스웨덴 국민의 23%가 기후위기를 걱정해 항공 여행을 줄였다고 답했다. 그 소식이 시속 900킬로미터의 비행기보다 더 빠르게, 초속 900킬로미터의 에너지로 마음에 와닿았다. 


다시금 비행기 여행의 환경 영향을 짚어보자. 비행기 여행의 문제는 크게 

1) 고강도의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사용) 

2) 쓰레기 배출로 볼 수 있다. 





1) 고강도의 온실가스 배출


비행기는 시간당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운송수단이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승객 한 명이 1㎞를 이동하는 동안 비행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85g으로 버스(68g)의 4배, 기차(14g)의 20배나 된다. 동남아시아에 가는 항공편(약 4시간 소요)을 탈 때 ‘탄소 예산’의 약 20%가 배출된다. 탄소 예산은 2030년까지 치명적인 수준의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한 사람이 1년 동안 배출 가능한 탄소의 양이다. 


비행기가 배출하는 가스는 이산화탄소뿐만이 아니다. 비행운(항공기의 뜨거운 배기가스와 찬 공기가 혼합해 만들어진 구름) 속 수증기나 산화질소까지 더하면 비행기 배출가스 양은 최소 두 배가 될 것이라고 한다.


에를 들어 쓰레기 없는 마을을 보러 이탈리아 제로 웨이스트 도시 ‘까판노리’를 간다 치자. 한국에서 이탈리아까지 왕복 비행기의 1인당 탄소 배출량은 800kg이다. 일년 내내 서울의 2인 가구 에너지 (수도, 전기, 가스) 사용으로 발생한  탄소 배출량보다 많다! �� 그러니까 목욕하고 밥 해먹고 인터넷, 난방,  에어컨 등을 틀며 두 명의 삶을 떠받친, 전기, 수도, 도시가스의 모든 에너지가 유럽여행 비행기에 한큐에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로 항공계는 지속가능한 연료인 SAF를 개발 중인데 항공기를 안정적으로 띄울 SAF 개발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때문에 다양한 국가와 업체들이 SAF를 상용화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비를 쏟아 붓는 실정이다. 그밖에도 태양광 기술 등 무연료 비행을 시험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로서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는 뜻이다. 


기술에만 기대는 대신 유럽에서는 탄소세 부과나 단거리 비행을 금지하고 육상 교통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에서는 항공기 이용에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며, 벨기에는 항공기에 환경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유럽연합 전체로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 단거리 비행의 경우 프랑스는 기차를 타고 2시간 30분 안에 갈 수 있는 국내 이동에는 항공기 운항을 금지하고, 스웨덴은 국내선 운행이 많은 스톡홀름의 브롬마 공항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도 3시간 미만 국내선 항공편을 금지했고, 네덜란드 정부는 암스테르담과 벨기에 브뤼셀 간 항공 노선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렇지만 이는 육로로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 가능한 유럽연합의 좋은 예이다. 


우리처럼 ‘섬나라’ 시츄에이션의 경우  비행기를 타지 않고 해외에 가기 어렵다. 하지만 누누이 땅덩어리는 좁고 자원이 빈약하다고 교과서에 나온 것처럼 땅덩어리가 좁은 이점(?)이 있다. 미국에서 로컬 푸드 하면  미국 내에서 생산된 원산지 300km 이내의 제품이라고 하던데, 그렇게 따지면 우리는 모든 국내 농산물이 로컬 푸드인 것이다. 


이 장점을 십분 살려, 국내산은 묻고 따지지도 않고 로컬 푸드로 등극시키고 국내 단거리 비행은 지금 당장 금지할 수 있다. 적어도 그 놈의 적자 노선들 지역 공항 신설은 막을 수 있다. 가끔 서울-부산 KTX 열차가 같은 노선의 비행기 요금보다 비싼 경우가 있다. 버스나 기차 요금에 대한 보조금 지급, 단거리 비행에 대한 강도 높은 환경세와 탄소세 부과는 이 시대의 예의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이왕 비행기 타고 해외에 갔다면 현지에서는 되도록 육상 교통을 이용하고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며 자전거와 걷기로 느긋하게 여행을 즐겨보자.






2) 쓰레기 배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18년 비행기에서 나온 폐기물 양은 670만 톤에 이른다. 2037년까지 항공 승객 이용자가 약 2배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용승객이 늘어나면 비행기에서 나오는 폐기물 양도 증가할 것이다. 


항공기에서 제공하는 식기, 슬리퍼 등의 일회용품과 면세점의 과대포장 문제와 더불어 음식물 쓰레기 문제도 심각하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폐기물의 20%~30%는 전혀 손대지 않은 음식이나 음료라고 밝혔다. 비행기에서는 분리배출이 어렵기 때문에 이 음식물은 제대로 분리되지도 않고 다른 쓰레기들과 섞여  버려질 것이다. 



스페인 이베리아항공은 기내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의 80%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2019년 쓰레기 분리배출 카트와 식물성 혹은 종이 포장재를 도입했다. 항공사 자체의 변화를 환영할 만하지만, 비행기에서 발생한 쓰레기의 분리배출 의무화, 다회용기 도입, 기내 식사 선택권 (채식 메뉴, 취소 등), 면세점 과대포장 규제 등 전반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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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우아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



탄소중립 + 제로 웨이스트 여행기라니! 책 소개만 봐도 이 책은 친환경 여행의 명저 느낌이 온다. “저질 체력의 30대 여자, 1년 반 동안 홀로 유라시아 12,500km를 자전거로 누비다! 우아하고 궁상 맞고 웃기고 짠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의 천일야화”란다. 



초등학교 이후 자전거를 타 본 적 없는 저자가 중국행 배 편에 자전거를 실고 바다를 건너가 코팅이 벗겨진 텀블러와 내 용기를 들이밀며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한 이야기다. 탄소중립이고 뭐고, 제로 웨이스트고 뭐고 다 귀찮을 때 이열치열하는 기분으로 이 책을 꺼내 읽으면 이상하게 위로가 스며들 것이다. 힘내서 제로 웨이스트 실천으로 돌아가게 된달까. 재밌고 술술 읽힌다. 탄소 중립과 제로 웨이스트를 겸한 실크로드 대장정 로망에 가슴이 뛴다. 




글 | 알맹지기 금자(고금숙) ko@alma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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