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에 비닐싸매고 샤워하기

후니의 차곡차곡 다이어리_ 05

by 장예훈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목요일. 아빠가 퇴근하고 오시면 태권도장 밑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시는 날이다. 야구 배팅센터에 나를 데리고 가기 위해서다. 야구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피곤하실 텐데도 약속을 지키시는 아부지 고맙습니다. 근데 막상 가면 아빠가 더 좋아하는 거 같다. 베팅센터 코치님도 그렇게 얘기하는 거보니 모두의 눈에 그렇게 보이는 거 같다. 아부지!


그런데 오늘 문제가 생겼다. 내 엄지발가락이 말썽이다. 태권도장에서 앉아 있을 때 내 엄지발가락에 살이 자기를 뜯어 달라고 나를 꼬드기는 것만 같았다. 나는 손가락도 발가락도 살이 조금 일어나면 자꾸 뜯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오늘 엄지발가락에 딱 뜯기 좋고 뜯고 싶은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난... 난... 결국 뜯을 수밖에 없었다. 그 살을 다 뜯었더니 속살이 빨갛게 드러났고 결국 너무 아파서 절뚝거리며 걷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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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을 마치고 만난 아빠에게 발가락 상태를 말했더니 아부지가 대번에 오늘 야구는 노노~ 안 된다 하셨다. 대신 그저께 처음 가본 와플가게(무려 와플유니버시티이다)에 가서 와플하나 나눠먹자고 하셨다. 아부지가 와플이 먹고 싶었던 게 분명하다. 나는 흔쾌히 그러자 했다. 와플가게 키오스크 앞에서 메뉴를 고르고 있던 내게 아부지가 다시 제안을 하셨다. 아빠랑 나랑 데이트할 때 갔던 카페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얹은 와플을 먹자고 말이다. 아빠는 그곳의 아이스크림 와플을 엄청 좋아하신다. 나는 이번에도 흔쾌히 그러자 했다. 왜냐하면 아빠는 노트를 꺼내 뭔가 일을 하거나 글을 쓸 게 분명하고 나는 그 사이 아빠 폰으로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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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으로 가는 차 안에서 기분이 좋았던 나는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껌통으로 연주를 했다. 나름 박자를 맞추며 껌통을 흔들어 댔더니 제법 어울렸다. 역시 나야. 카페에서 아이스크림과 게임에 정신이 팔렸었지만... 발가락에 고통이 스르륵 다녀 갔다. 아이고 쓰라려라.... 집에 가서 어떻게 샤워할지 벌써부터 걱정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내일은 충치 때문에 치과에 가는 날이라는 게 떠올랐다. 집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 안에서 나도 모르게 "끔찍하다 끔찍해"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너무 크게 말했는지 옆에 있던 아저씨가 웃으셨다.

아! 샤워는 발가락에 비닐을 싸매고 물이 최대한 닿지 않게 해서 무사히 마쳤다.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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