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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국 Apr 26. 2023

내 꿈은 밤에 태어났다

철장 속 불꽃

철장 속 불꽃



'죽을 만큼 노력했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비웃을 수 있는 사람.

아마 그보다 한 뼘 더 노력한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내 꿈이 비웃음 당하지 않길 바란다.

가끔은 꺼질 듯이 희미하게 타오르지만

때로는 화염처럼 주변의 것들을 집어삼키던 내 꿈.


내가 끝내 철장에 갇힌 그것을 꺼내보지 못하고

깊은 밤 속으로 곯아떨어진다 해도,

그것을 위해 쏟아부었던 나의 마음과

순간들은 그 누구도 비웃을 수 없길 바란다.


내 꿈은 가장 어두운 날, 나에게서 태어났다.

아직 어렸던 나에게, 꿈은 내 품에 안겨

책임감과 같은 것으로 내 마음을 꿈틀거리게 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 후로 나는 천 번이 넘는 아침을 맞이했다.

하지만 내 꿈의 아침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여전히 가장 어두운 밤 속에서 자신을 태우고 있다.

오늘 밤도 그랬다.

철장에 갇혀,

자기는 여기 있다는 듯,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밝기로 어둠에서 빛났다.


혹시라도 내 꿈에게 아침이 찾아와,

더 이상 자신을 죽어라 불태우지 않아도

주변이 환하게 빛나는 날이 온다면

당당하게 그 철장을 부숴버려야지.


내 꿈아.

그 아침이 오면,

가장 어두운 밤을 잘 지새웠다며 당당하게 기지개를 켜자.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오로지 영화가 좋아서

그 밤을 버텼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당당함.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오로지 스스로의 몸을 태워

그 어두운 밤을 밝혔다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함으로 말이다.

우리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랑 고백을 할 수 있겠지.

우리가 지새운 밤들을 비웃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다만,

너를 불태우던 것들이 다 닳아 없어지기 전에,

내가 잠들어 버리기 전에,

우리에게 아침이 오길 바랄 뿐이다.

아니, 설령 그 아침이 오지 않더라도

네 불 밑에 있던 나 만큼은 항상 밝은 아침이었다는 걸 알아주길.

네 불꽃이 약해서가 아니라

아침이 너무 늦었음을, 내가 너무 피곤했음을 알아주길.

그리고 잠시잠깐 불꽃 튀도록 멋졌던 우리의 그 밤을 너도 기억해 주길.

그래주길 바란다.



철장 속 불꽃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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