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호랑 May 28. 2024

프리랜서를 하지 않는 이유

콘텐츠 실무자로 먹고살던 내가 프리랜서를 그만뒀다.

직장인 겸업 프리랜서 3년, 전업 프리로 3년. 총 6년간의 프리랜서 생활을 했다.

할 줄 아는 게 디자인이니 간간히 주변에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던 게 시작이었다.


'일 있으면 하고 아님 말고'라는 마음이었으면 그만뒀을 것이다.

프리랜서를 지속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오래전 아버지의 오랜 투병으로 자의든 타의든 급여 이상의 돈이 필요했다.


퇴근을 하고 집에서 누군가 시켜 쌓아 놓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참.. 

체력적으로 고된 일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날은 없었다. 




그런데 프리랜서를 하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주도하는 것이 꽤 적성에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과제 발표 하는 것도 싫고, 나서서 의견을 얘기하는 것도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그래서 자발적 아싸였으며 흔히 말하는 대문자 I인 줄 알았다.


사람의 성격은 타고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성인 이후로는 쉽사리 바뀌지 않고, 바뀌었다고 느낀다면 소셜 스킬이 향상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달라져있었다. 

짧은 기간 소셜 스킬이 발달한 건지..?? 아니면 원래 외향적인데 감추고 살았던 건지...?? 

본격적으로 전업 프리가 된 후 외향적인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전업 프리랜서 3년간은 사실상 창업을 한 것이지만, 직장인 겸업 프리 시절과 달라진 점을 인지하진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업자는 있으나, 사업은 아닌(?) 형태의 일이 많았다.

당연히 시스템이랄 것도 없고, 같이 일하는 사람도 없었기에 모든 것을 내가 해야 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내가 갖은 기술. 즉 실무를 할 줄 아는 게 좋았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에 아기 키우면서 1인 프리랜서로 살아남는 것도 괜찮은 방향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랬던 내가 프리랜서를 그만뒀다. (아기 출산 9개월 만에.)




프리랜서를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한계성'을 봤기 때문이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어느 기점을 넘어가니 부가가치가 나는 형태가 아니라 밤새도록 일해서 나를 갈아 넣어야 하는 구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렇게 쭉 일 할 수 있을까?) 

내가 리드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오늘 쓸 돈을 버는 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육아 병행을 하면서 일할 수 있는 자체는 대단히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목표 없이 죽어라 일만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다.

그저 조금 더 똑똑하게 일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외주든, 팀원을 구하든 실무를 나누면 되지 않나?' 싶지만


쭉 혼자 일해왔던 나는 그 방식 자체가 너무나 어렵게 느껴졌다. 

또 내가 다 해야 속이 시원한 병이 있었는지.. 일을 다 끌어안고 살았다.



그러다 번아웃이 찾아왔다. 번아웃이 온 지도 몰랐다. 

여기저기 가렵고, 아프고, 잠을 못 자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당연히 일은 멈추지 못했다. 

정신력의 문제라고 치부했기 때문이다.

돌아보니 거의 매일 새벽에 잤고, 어린 아기 육아를 했으며, 일에 온 정신이 쏟아져 있었다. 


지금도 일에 미쳐있는 것은 다르지 않지만.. 

큰 변화라고 한다면 운동을 주기적으로 하는 것, 그리고 가급적 밤새도록 일하지 않는 것, 가족과 여행을 자주 간다는 것이다.








그럼 프리랜서를 그만둔 후 무엇을 했을까?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과 사업을 구분하지 못했다. (둘다 돈 버는 것은 맞으니까.)

프리랜서는 실무자임과 동시에 일을 스스로 끌어가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의 방향은 실무자로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판을 짜는 것, 그리고 팀원들과 함께 조직을 키우는 것, 세상의 변화에 기여하는 것,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을 하고 싶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1인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시스템을 갖추고 사업으로서 일하는 사람도 많다. (정말 대단하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혼자 일하는 것은 다 끌어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끔씩 '혼자 일하는 게 속 편하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팀이기에 가능한 일들이 있다는 걸 안다.

그릇이 커졌으니 더 담을 수 있다. 그곳에 나는 어떤 가치를 담을까 생각한다.







결국 프리랜서든, 사업가든, 직장인이든 일에 대한 정의를 '잘' 내려야 한다.

나는 프리랜서는 혼자 일하는 사람 혹은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무자로서 일할 때 좋은지?,

아니면 사업가로서 돈을 벌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하고 싶은 건지?와 같은 것들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며 가치를 창출할 건지,

돈은 얼마큼 벌고 싶은 건지,

내가 진짜 하고싶은 일은 뭔지,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좋은 질문은 끊임없이갈망하고, 찾고 실행하는 것

그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퇴근 전 브런치 끝. 



작가의 이전글 콘텐츠 실무자 채용을 하며 느낀 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