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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한 밍 Jul 14. 2024

낭만 있잖아, 한 잔해~

<삶>

  '낭만'

  내 삶을 관통하고 있으며, 내 삶의 주춧돌이자 기둥이자 지붕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단어이다. 어렸을 때부터 내 나름의 기준에서 재밌을 것 같은 것을 시도하고, 그 나름의 매듭을 지어내곤 했다. 그 시작이 자의던 타의던 중요하지 않았다. 나의 호기심에 대한 낭만을 자극했으니, 마땅히 그에 따른 나름의 노오력을 시도한 셈이고, 나름의 결실을 맺은 셈이었으니.


  이번주의 낭만은 무엇이었던가.


  오래간만에, 정~~~말 오래간만에 연이은 출장을 다녀왔다. 평택과 울산을 오가는 이 출장길. 평택이야 늘 가는 곳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울산은 이번이 두 번째 출장길로 행여나 늦잠 때문에 기차를 놓치는 불상사가 일어나진 않을까 하는 긴장감이 자기 직전까지 나를 감싸 안는다.


  심지어, 매번 잠자리에 들던 시간보다 한창 일찍 잠에 들자니 잠이 올 턱이 있나. 그저 두 눈 꼬옥 감은 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나 싶어 종종 시간을 확인하며,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오지 않는 잠이 그저 야속할 따름이다.

  어찌어찌 잠에 들어 알람에 눈을 떠 보니, 새벽 3시 30분. 4시간도 채 잠들지 못했음을 직감했으나, 어쨌든 출장길에 올라야 했기에 부지런히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집을 나설 준비에 한창이다. 씻고 머리를 말리고, 고데기로 머리를 살짝 올린 후 스프레이로 머리를 고정한다. 집에 나서는 시간 새벽 4시, 다행히 비 소식은 없다. 등엔 노트북이 든 가망을 메고, 한 손엔 출장지에서 쓸 용지가 든 가방을 든 채 서울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직 캄캄한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역 앞 공기는 한여름이 찾아왔음을 알리기라도 하듯, 무게감 있는 묵직한 습기와 어딘가 슬며시 땀방울 송골송골 맺히기에 충분한 기온의 조화로움으로 그득하다. 이 한여름과의 싸움 속에서 출장 일정을 무탈히 마치기 위한 커피 하나를 편의점에서 구입하여, 한 모금 들이켠다. 아.. 이 맛이다. 온몸에 카페인이 사악 감돌며 몽롱했던 나의 정신을 살포시 깨워준다.


  첫 차를 타고 울산에 도착해, 출장지까지 다시 약 3~40분을 더 이동한다. 중간중간 내가 담당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이슈 사항과 관련된 문의가 오고, 이를 해결한다. 덩달아 다음 주 업무를 위한 자료조사를 틈틈이 하기 바쁘다. 그렇게 무사히 출장 일정을 마치고, 다시 울산역에 도착한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약간의 출출함이 찾아와 역사 던킨에서 올리브 츄이스티를 하나 사 먹는다. 언제가 먹어도 맛있는 올리브 츄이스티.


  그렇게 서울역에 도착하여, 집 근처에 도착한 시간 오후 10시 35분. 이불을 벗어나 지 어연 19시간을 돌파했을 때, 문득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먹고 싶단 생각이 든다. 마침 집 앞에 '얼맥당'이라는 프랜차이즈가 있는데, 그곳에서 파는 진미채 튀김과 시원한 맥주 한 잔이 땡기더라. 이곳에서 파는 진미채튀김은 버터구이오징어와 흡사한 맛이 나, 감칠맛이 장난 아니다. 거기에 맥주 한 잔? 캬~ 이걸 어떻게 참아.

  다만 매장에서 혼술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습해 오지만.. 그럼에도 이 시간엔 사람 많이 없는 동네이니 무턱대고 들어가 본다. 다행히 매장 안엔 몇 팀 없고, 벽에 딱 붙어 앉아 주문한다.


"진미채 튀김 한 잔이랑 얼맥 2단계 한 잔 주세요."


  막 나온 맥주 한 잔을 들이켠다. 아~ 이거지. 이게 기나긴 출장길의 묘미지~

  이번주도 낭만 한 잔 들이켜며 출장길을 마무리한다. 낭만 있잖아~ 한 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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