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가을과 겨울 사이, 그 경계를 넘을 수 있을까
오전의 숲. 떨어진 낙엽의 수는 계절의 전환을 예고했다. 나무는 본래의 모습을 드러냈고, 시리도록 차가운 바람이 마음을 가라앉게 했다. 햇살조차 차게 느껴지는 오전 10시, 뜨거운 한숨은 하얗게 부서져 차갑게 스며들었다. 지나간 계절의 뜨거움이 아직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가을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 버렸다. 아득하게 닿았던 여름은 찰나의 빛으로만 남았다. 뜨겁지도 춥지도 않았던 기억은 밤이 되면 모호해졌다. 나만의 태양은 낯선 꿈으로 정제되었다.
모든 것은 순환했다. 가을은 잃어버린 것을 회복했고, 겨울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다. 나는 낙엽을 밟고 숲에서 내려왔다. 길을 걷다 담을 마주했다. 회갈색 벽을 덮은 다홍빛 담쟁이덩굴 아래에 붉은 포인세티아 화분이 놓여있었다. 여름은 이제 담 너머의 기억 안에 남겨졌다. 날것의 심장에 닿았던 여름의 기억에는 이제 돌아갈 수 없었다. 여름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별의 무상함은 옅어져 공기 중에 흩어졌다. 가을의 담 아래 서서 지난 시절을 그리워했다. 맞닿은 지난 기억을 거리낌 없이 잡을 수 없었다. 햇빛에 녹아드는 계단에서 만날 수 있으리란 희망을 품은 채, 다시 겹겹이 입은 외투를 여미어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