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정원사 Nov 02. 2024

내 머릿속의 청소솔

화장실 타일을 닦으며 명상하다




가까이 볼 수록 더럽다
오래 닦아야 깨끗해진다


솔을 문지르며 상상해 본다. 소심해서 하지 못했던 말 한마디, 기분 나빴던 찰나의 순간을 지워내는 상상을 한다. 별거 아닌데 마음의 때처럼 끼어 있는 것들이다.


남편에게 듣고 기분 나빴던 사소한 말, "오늘은 어쩐 일로 안 부었네?".

2시까지 잠들지 않는 아이에게 냈던 짜증에 대한 죄책감, "너 때문에 엄마 너무 졸리다!".

피곤하고 자주 아픈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불편감, '아, 골골대는 나 자신이 너무 지겨워.‘

그리고 현재 하지 못하는 선택에 대한 아쉬움, 원하지 않았던 운명에 대한 작은 원망까지도.


그 모든 감정을 멈추고 때를 바라보며, 락스를 뿌리고 솔로 문지른다. 문지르고 본래의 예쁜 빛을 찾을 타일을 본다. 아, 까맣게 혹은 붉게 끼어있던 잡념도 다 닦였다. 개운하다. 개운하니, 왜 기분 나쁜지 잊어버렸다. 다행이다. 내 마음도 깨끗한 타일처럼 반짝거린다.


타일 사이의 분홍빛 물곰팡이를 청소솔로 박박 문지르며 본래의 하얀빛을 찾을 때, 나의 명상도 끝이 난다.  오늘도 내 마음의 때를 잘 벗겨냈다.


고마워, 청소솔!


가장 싫어하는 화장실 청소를 비워내는 시간으로 만들다.


감정을 구체적인 사물에 빗대어 상상하며 바라보는 연습을  [심상화]라고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지 않고 거리를 두거나 정리하거나 청소하면서 마음도 벗겨내는 연습을 해보세요.
일석이조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순간에 머물러 보기로 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