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보물상자를 만들다 (1)
불안은 마음속의 그림자와 같다.
그것을 직면할 때만이 빛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매 순간 무엇인가를 잃어버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나의 시간은 종결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경험은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해변의 모래알처럼 빠져나가고, 감각은 겨울에 접어드는 새벽의 서리처럼 사라진다. 스치는 모든 것은 미처 나의 것이 되기도 전에 잃어버리고 만다. 세상은 소유하기도 전에 상실에 직면한다. 상실은 가장 익숙한 가면을 쓰고 곁에 머물러 있다. 바로 불안이다.
난, 어느 하나라도 의지를 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커튼콜]은 너무 빨리 찾아왔다. 고작 아이는 일곱 살이 채 되지 않았다. 열심히 하면 얻을 수 있으리라 믿었던 평범의 삶. 구체화되는 불안을 잊기 위해 촘촘히 타임테이블을 만들어 움직였다. 열심히 살면 괜찮을거야.여태 그래왔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삶이었으니까. 그러나 평범의 삶은 영원히 오지 않았다. 새로운 삶의 형태에 적응하고 직면해야 했다.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준비됨을 가장하고 살아야 했다. 매 순간은 고통이었다. 고통은 몸으로 나타났고, 마음은 조각나버렸다. 불안은 마치 깊은 강물처럼 나를 삼키고 있었다.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이라도’ 도피처로 삼아 잠시 숨어있기로 했다. 도피처는 금방이라도 터질것만 같이 연약한 [스노우볼]이었다. 그 안에서 난 잠시 숨을 마실 수 있었다. 쪼그라들었던 폐포가 펴지면서 겨우 살아내었다.
하지만 스노우볼 안에서 영원히 살 순 없다. 그래서 그 안에 작은 불을 밝히고 그 온기에 기댔다. 가장 평안을 찾을 수 있는 곳을 찾아내어, 대화를 나누고 의지처로 삼았다. 깊고 깊은 날것의 이야기를 꺼냈다. 내 멋대로 상대의 온기에 기대어 조금씩 안식을 찾을 수 있었다. 어두운 심해에서 비로소 반짝이는 물결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삶에 대한 의지로 내 몸은 둥실 떠올랐다. 아, 이제 숨을 쉴 수 있어. 다행이야.
모든 도피처는 끝이 있다.
뭍에 도착한 나는 땅으로 맨발을 디딘다.
삶은 지속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제 지난 일 년간의 작은 도피처였던 '따듯한 스노우볼'은 마음속 보물상자를 만들어 넣어두려 한다. 깊숙이 소중하게 기억하고 간직하기 위해서. 끝은 이별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스노우볼에서 나온 나는 나 역시 상대에게 스노우볼이였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스노우볼 밖에서 민낯으로 마주할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리라.
함께 스노우볼에서 나눠주신 온기, "감사합니다".
힘든 순간 스스로를 현실과 일정거리를 두고 분리해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음 한 구석에서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 보세요. 그 안에서는 무엇을 느끼든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마세요.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고 응원하고 지지하며 수용하는 마음을 가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