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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정원사 Dec 20. 2024

새해, 운동할 결심

오롯이 스스로의 뜻대로 움직임이 곧 명상이다


지금 있는 곳에서 시작하라.
갖고 있는 걸 활용하라.
할 수 있는 것을 하라.
(아서 애시)


어이쿠, 저번에 접지른 발목을 또 접질렀다. 아프다. 아파. 또 다쳤다. 왼쪽 무릎을 열일곱 살 때 수술을 한 이후로 오른쪽 다리가 내 몸을 내내 25년 넘게 지탱해 왔다. 그 사이 몸의 균형은 깨어지고 아이를 낳고 나선 잘 때 못 자고 하는 생활이 8년간 이어지고 있다. 요즘 같은 겨울 30키로 아이를 업을 때면 손목과 발목, 어깨의 근육과 뼈가 비명을 지르는 거마냥 아프다. 뼈의 마디마디, 관절은 유연하다 못해 흐느적거리고 제대로 지지하지 못한다. 마치 바다를 유영하는 연체동물 같은 몸이다. 사실 지난 몇 년 아이를 무등을 태우고 깊은 바다를 건너는 느낌이었다. 팔다리가 무겁지만 어깨에 얹어진 아이를 잡은 손이 흔들리면 안 돼, 아이가 바다에 빠지면 안 되잖아. 그저 직각으로 물살을 가르며 뚜벅뚜벅 걷는 그런 삶.

몸이 아프면 할 수 있는 일의 목록은 줄어든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 연명하듯 살아간다. 마음도 편치 않다. 인내심 임계치의 한도는 점점 내려간다. 사소한 변화가 마음을 어렵게 한다. 매일매일 해야 할 일들을 마주하고 <애써> 그 일을 처리하고 나면 녹초가 된다. 운동을 해서 체력을 올려야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머리로는 다 알지. 팔다리가 천근을 든 것처럼 무겁다. 움직이면 나아질 텐데, 그 마음먹기가 참 어렵다,


새해결심, <운동하자>는 매해 단골 주제. 병원보다, 운동이란 걸 너무나도 잘 알지만, 쉽지가 않다. 올해는 재활운동에 힘쓰기로 했었다. 병원도 가고 운동도 하자고 뻔뻔하게 생각해 봤다. 제대로 펴지지 않는 무릎은 어떻게 해야 하지 않는가? 평소 다니던 재활의학과의 물리치료사에게 코칭을 부탁했다. 매일매일 운동을 기록했다. 스스로 운동하는 습관도 들었다. 반년 간 순항했다. 매일 기계처럼 또박또박 아파트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한 시간씩 했다. 조금씩 나아지는 듯했다. 꾸준함이 통증을 줄어들게 했다. 하지만 계속 다치고 아프다 보니 치료를 받는 건지 운동을 배우는 건지 어중간한 상태가 지속됐다. 결국 병원에 가서 도수치료를 받는 것도 한계점이 왔다. 실사가 나왔다.

일상을 빼내서 집에서 운동을 배운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변동이 많다. 7월부터 백화점 문화센터의 일요일 요가를 갔다. 온전한 주말의 자유시간. 제법 괜찮았다. 12시 수업이라 사람도 세 명. 그러다 11월부터 계속 수강인원이 적어 두 달 연속 폐강이다. 실패. 집 근처 새로 생긴 체육센터에서 필라테스 수업을 개설했다. 11월부터 단체수업을 해보는 게 어떨까. 하지만 아직 비루한 관절에겐 너무나 어려운 난이도였다. 겨우 한 달을 채우고 재수강신청은 포기했다. 실패.


아, 흔하디 흔한 운동이 왜 이렇게 어렵지?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러다 다시 용기를 내어 가까운 곳에서 요가 레슨을 신청했다. 야심 차게 결심한 그 순간, 대차게 넘어졌다. 쿨하지 못하게, 또 치료를 받는다. 실패다. 꼬리뼈와 발목을 다치니 2주간 잘 움직이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니 오히려 간절해진다. 사람 마음은 참 재밌다. 안 하니 몸은 금세 불어난다. 못하니 더 하고 싶다. 결국 마음에 달려있다. 누군가에게 의지 하는 건 결국 <그>가 사라지면 유지가 되지 않는다.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해내야 할 것이다.  오늘 다시 운동을 <다시 혼자서> 시작한다.


올해도 내년도 늘 운동할 결심을 한다. 작년보단 훨씬 나아진 거울 속의 자신을 본다. 그래, 내년엔 요가에 집중해 보자. <나의 움직임>과 몸의 흐름에 마음을 맡기고, 이제껏 아프다는 마음의 <프레임>을 깨 보자. 어차피 안될 거라는 시선을 바꾼다면, 들숨에 믿음을 불어넣고 날숨에 걱정을 뱉는것으로 충분히 나을것이다. 매일 무거운 마음을 털어내고 그저 움직임을 그 자체를 믿고 즐기기로.



요가는 오늘의 나를 만나는 길이다.
(이사라 프리데리시)




표지사진출처: 픽사베이

photo by 인생정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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