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정원사 7시간전

얼어붙은 한낮에도 애써 피어나는 꽃처럼

길가의 꽃을 보며 명상하다, 두 번째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난 내 안의 꺾이지 않은
여름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알베르 까뮈)


한 겨울에도 피어나는 꽃이 있다. 맑고 차가운 북풍이 불기 전, 지나간 여름의 온기에 매달려 꽃은 피었다. 순간의 따듯함이 봄인 줄 알아 고개를 내민 어린 꽃. 가지 끝에 매달린 작은 노랑꽃의 이름은 무엇일까. 그는 다가올 봄을 기다릴까 혹은 지나간 여름을 기억할까. 꽃은 그저 피어 청명한 겨울의 정오에 얼어붙었다. 살얼음이 붙은 햇살이 차갑게 내려앉은 동지의 날, 얼음의 압화가 되어 보관된 노랑을 만났다. 마치 지상에서 피어난 겨울의 별처럼, 길가의 담에 흐드러졌다.

길가의 꽃은 나의 것이 아니다. 바라만 볼, 지나간 봄의 기억이다. 얼어붙은 겨울꽃을 안타까워 꺾어 오면 온기에 오히려 녹아내릴 흐물어진 기억이다. 그러나 꽃은 얼어붙어도 마음에 피어 있다. 기억은 마음속에 피어나 영원의 생명으로 살아 있다. 인연은 지나가도, 봄에 대한 응원의 말은 땅속에 씨앗이 되었다. 얼어붙은 손끝이 하얀 입김의 따스함으로 녹듯, 바람의 기억은 꽃이 씨앗이 될 거름이 된다. 이제 추억은 영원한 봄의 한가운데에 있다.

 꽃에는 지난 가을의 두고 온 마음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이젠 오롯이 꽃의 기억이 된 마음은 더 이상 아프지 않다. 한겨울의 하늘은 차갑고, 파랗고, 선명하다. 이제는 모호하지 않을 뜨거운 노랑의 꿈을 마주한다. 더 이상의 눈물은 없으리라. 꽃은 한낮의 하늘 아래 지금 이 순간 애써 피었으니까. 영하의 온도라도 괜찮다며, 그리고 지나가는 이를 위로한다. 너무 애쓰지 마요. 괜찮아요, 난. 이렇게 피었으니, 충분해요. 가엽다 여기지 말아요. 겨울에 피더라도 꽃은 그저 꽃이랍니다.


우리의 존재는 주변환경이나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존재함으로 가치가 있지요. 삶이란, 조건을 따지지 않고 자신의 본질을 표현함으로써 그 의미가 있습니다. 아무리 춥더라도 내면의 불씨를 틔울 희망이 있음 오늘의 평안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지난 늦가을에 꽃에 두고 온 마음을 다시 읽어보았어요.


photo by 인생정원사


이어지는 글

1. 피어나고 흔들리며 머무르는 꽃처럼

2. 얼어붙은 한낮에도 애써 피어나는 꽃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