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벅도, 사회적 프로젝트도 놓칠 수 없지
프로젝트 팀 Hearty 이야기 ②
https://brunch.co.kr/@3c929b34200b4d7/1
이번 편을 읽기 전에 전 편을 읽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전 편을 짧게 요약하자면,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4명의 미디어 과 동기가 사진으로 미혼모의 이야기를 알리는 Hearty Moment 프로젝트를 운영하게 되었다.
프로젝트의 50%는 바뀔 거라는 걸
시작할 땐 몰랐지
6분의 미혼모분들과의 사진 촬영 이후, 더욱 많은 분께 <사진 촬영을 통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의 가치>를 알리고, <미혼모 인권 신장>을 돕고자 Hearty Moment 프로젝트 2를 시작했다. 새로운 프로젝트로는 텀블벅에서 후원금의 일부를 미혼모 단체에 기부하는 사진 문답 다이어리 + 필름 카메라 세트를 펀딩 하기로 계획했다. 또, 이번 프로젝트에서의 핵심 요소인 ‘사진’과 ‘미혼모 인권 신장'에 관심 가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2030 여성을 타깃으로 결정했다. 따라서 타깃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문답 다이어리, 필름 카메라, 다꾸 스티커를 펀딩 제품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펀딩을 준비하며 우리는 프로젝트의 토대가 흔들릴 정도의 큰 변동 사항을 두 가지나 맞게 된다.
첫 번째. 펀딩 품목에서 필름 카메라를 제외하게 된다.
디자인까지 준비해 두었던 일회용 필름 카메라
프로젝트를 구체화할수록 필름 카메라가 이용자에게 오히려 번거로울 것 같아 큰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먼저 우리는 펀딩 제품을 선정한 순간부터 사진 부착의 번거로움에 대한 걱정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필름 카메라를 구성품으로 추가하고, 다이어리의 주제 및 질문을 확인하며 관련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진행할수록 ‘주제를 읽고 생각날 때마다 카메라를 켤 것인가?’, ‘막판에 필름 카메라를 인화해서 한꺼번에 쓸 것인가?’하는 새로운 의문이 떠올랐다. 팀원들이 직접 다이어리를 작성해 본 결과, 기존에 찍어둔 사진을 이용해도 충분하겠다고 판단했고, 결론적으로 필름 카메라를 제외하는 대신 사진 인화 서비스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사진 부착의 번거로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진을 직접 인화하여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추가한 것이다. 더불어, 필름 카메라를 추가하면 높은 가격으로 인해 수요가 저조할 것 같다는 것도 포기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였다. 준비 과정과 실전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 우리였다.
두 번째. 텀블벅에서 수익 기부 언급은 불가능하다.
프로젝트의 핵심목표 중 하나였던 미혼모 단체로의 기부가 불가하다는 것을 도중에 확인했을 때 정보 업데이트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과거에 기부를 내세워 진행되었던 프로젝트들을 사전에 확인했기 때문에 기부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믿었던 우리는 해당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긴급회의를 열었다. 기존에 생각했던 텀블벅이 아닌 수익의 일부를 기부할 수 있는 와디즈로 펀딩 플랫폼을 변경할 지의 여부가 회의의 주제였다.
그 결과, 텀블벅에서 펀딩 하되 기획전에 참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주 사용자가 3040 남성인 와디즈는 우리 제품의 주요 타겟층에 해당되지 않음으로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하기로 확정했다. 대신, 모먼트 다이어리가 더욱 노출, 프로모션 될 수 있도록 <새학기 새마음 문구> 기획전에 참가하였다. 텀블벅에서는 거의 매달 기획전을 열기 때문에 모먼트 다이어리와 잘 맞는 콘셉트의 기획전을 골라 신청한 것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참가 자격이 주어졌다. 그 후 상세 페이지에 Hearty Moment 시즌1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고, 펀딩 수익이 미혼모 분들을 위해 쓰일 것이라는 감사 후원장을 제작하는 등 조금씩 텀블벅 펀딩 준비를 완성해 나갔다. 모먼트 다이어리는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미혼모', '사진'을 콘셉트로 한 상품이기 때문에 2030 여성이 주 타깃인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겠지만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다 철저한 사전 조사와 정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우리였다.
테스터 과정과 세 차례의 샘플 인쇄 끝에 탄생한 Moment 다이어리
9번의 수정 끝에 완성된 질문
테스터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필름 카메라를 제외하고 기부라는 특점이 사라진 만큼 우리는 Moment 다이어리에 더욱 많은 공을 들였다. 디자인과 질문의 신선함을 주요한 기준으로 삼고, 4명의 팀원이 각자 제안한 초안을 시작으로 수많은 수정 과정을 거쳤다. 펜 비침 및 번짐이 없고, 눈이 편안할 수 있도록 다양한 표지 및 내지 또한 신중하게 고민하고 선택했다.
더불어, 제삼자로부터의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기 위해 함께 촬영했던 미혼모 두 분, 지인 세 분, 촬영을 도와주신 플라워 디렉터 한 분을 테스터로 선정하여 사전 테스트도 진행했다. 그 후 사전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변경된 사항은 다음 다섯 가지이다. 첫째, 다이어리가 흰색이기 때문에 오염이 우려된다는 피드백을 바탕으로 네이비 북커버를 새로 제작했다. 둘째, 펜의 종류에 따라 번짐의 정도가 달라서 가이드북에 펜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셋째, 질문 답변의 공간을 늘렸다. 넷째, 챕터를 구분하는 인덱스 페이지를 추가했다. 다섯째, 주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주제를 변경하거나 신규 주제를 추가하였다. 피드백 반영 이후 세 차례의 샘플 인쇄 끝에 디자인, 내구성, 필기감, 편의성 모두 자신할 수 있는 Moment 다이어리가 최종적으로 완성되었다.
Moment 다이어리 외의 펀딩 품목인 오브젝트 스티커는 전부 팀원들이 촬영한 사진으로 제작되었다. 오브젝트 스티커는 Moment 다이어리의 25가지 주제 맞춤 스티커로, Hearty 팀원들이 직접 촬영한 100개 이상의 사진에서 추리고 추려 선정된 25개의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브젝트 스티커에는 팀원들의 반려견, 반려묘, 반려조 스티커도 있는데, 특히 이 스티커들이 지인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펀딩 123% 달성! 그런데...
드디어 펀딩 오픈! 대학생 크라우드 펀딩의 실상이기도 하지만, 감사하게도 지인분들이 많이 구매해 주셔서 이틀 만에 펀딩률 100%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는 애초에 목표 금액을 낮게 책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이어리 단가, 포장 인건비를 고려하여 가격을 책정하려 했으나, 타겟층에 너무 높은 가격대라 이윤 창출을 포기했다. 대신 펀딩 달성과, 더욱 많은 사람들과 가치를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다른 펀딩 제품들의 가격을 분석한 후 타겟층에 매력 있을 가격으로 설정하였다. 적자를 감수한 것은 고등교육혁신원의 도움 덕분에 가능했다.
3인 3색으로 꾸며주신 모먼트 다이어리지인분들 외에 진짜 잠재 후원자들의 펀딩을 끌어내기 위해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협찬을 진행했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준으로 인플루언서 협찬을 준비했다 — 1)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가 2) 깔끔한 감성과 잘 어우러지는가 3) 지속적으로 나에 대해 생각하고 성장해 나가는가. 다이어리를 좋아하는 2030 여성들에게 골고루 노출될 수 있도록 다꾸, 공스타그램, 사색, 책스타그램 분야의 인플루언서를 한 명씩 선정했다. 그러나 한 분께서 업로드 날짜를 착각하여 결과적으로는 총 세 분과 진행했다. 협찬 게시글 업로드 이후 138명이 사이트를 방문하고, 2명이 펀딩을 해주었다. 다른 변수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으나, 페이지 방문 수 및 펀딩 증가가 미미했던 펀딩 후반에 협찬이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기에 유의미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검정만 사용하는 다이어리임에도 컬러 잉크가 묻어 출고된 다이어리들다이어리 발주까지 마치면 거의 끝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펀딩을 마치고 제품 제작을 시작하는 일반적인 크라우드 펀딩과는 달리 우리는 펀딩 중반쯤에 미리 다이어리 제작을 주문했다. 인플루언서 협찬을 위해 다이어리를 주문해야 하는데 대량 주문을 할수록 개당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40권 정도는 판매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주문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우리는 검정 잉크만 사용하는 다이어리인데 다이어리와 북 커버 각 10장 정도가 판매가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빨간색, 노란색 잉크가 묻어있었다. 더불어, 가장 앞과 뒷장에 1장씩 추가한 공백 페이지와 면지가 빠져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업체 측의 실수이기 때문에 추가 비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재인쇄를 감행해야 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변수의 발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인화 사진 비율 재안내 메일인화 사진의 비율을 잘못 안내해 드린 것. 우리는 다이어리에 두 장의 사진이 부착될 수 있도록 인화 사진 크기로 3*5를 선정했고, 사진 인화 서비스를 모금해 주신 후원자분들께 아이폰에서 3*5 비율로 편집하면 쉽게 비율을 맞출 수 있다고 안내해 드린 바 있다. 하지만 막상 사진을 인화하려고 보니, 사진 인화의 3*5는 3인치 5인치 길이를 나타낸 것이었고, 아이폰 사진은 3:5의 비율을 의미하는 것이라 발송해 주신 모든 사진이 잘리는 것이었다. 자정쯤 이 사태를 파악한 우리는 새벽 2시까지 장장 두 시간 동안 긴급회의를 진행했고, 그 결과 세 가지 해결 방법을 제안하여 후원자분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진을 인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일을 번거롭게 만들어 드림에 사과와 소정의 선물도 함께 전달해 드렸다. 네 명이 나름 크로스 체크를 하며 꼼꼼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생각했는데 의심조차 못 했던 부분에서 실수하며 끝까지 긴장을 놓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배우게 된 우리였다.
다이어리 검수부터 박스 포장까지, 모든 과정에서 열일한 핫티최대한 오염이 없는 상품들로 고르고 먼지나 본드 찌꺼기 등을 닦아내는데, 꼬박 반나절이 걸렸다. 사전에 공지했듯이 미세한 점이나 긁힘 등의 오염은 인쇄 제품의 어쩔 수 없는 특성이라 아쉽지만 넘어가야 했다.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100% 완벽한 상태의 다이어리를 보내드릴 수는 없다는 게 매우 속상했다. 이렇게 우리가 준비해 온 모먼트 다이어리가 그 가치를 알아봐 주신 후원자분들의 품으로 갔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이어리 생각을 해왔기에 드디어 끝이 났다는 후련함과 동시에 오랜 시간 준비해 온 무언가를 세상에 소개하는 것이 얼마나 큰 정성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그것이 우리가 담고 싶은 사회 가치와 메시지가 있을 때 더더욱 말이다. 돌아보면 아쉬움보다는 후련함이 크지만, 다음에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떨칠 수 없는 것 같다. 특히 다량 인쇄와 관련해 인쇄소와 적절하게 커뮤니케이션하지 못한 점, 좀 더 활발한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못한 점 등이 눈에 밟힌다. 그렇지만 수많은 지인과 처음 보는 사람들로부터 우리의 가치에 공감하고 응원한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받은 것은 그 무엇보다 큰 감동이자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 감정과 물결을 잊지 않고 앞으로 더 큰 물결을 만들어 나아가는 행보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핫티가 정말 기대된다. 핫티모먼트 프로젝트는 협업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가고, 나의 부족한 부분과 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파악할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이제는 전보다 보편화된 경험으로 비치지만, 직접 실천해 보니 절대 쉬운 게 아니었던 펀딩을 대학 생활하는 동안 해볼 수 있어서,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가시화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앞으로 핫티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고, 함께해 준 핫티 멤버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