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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녀 K Apr 05. 2023

1. 엄마가 아프다

아물지 않는 상처는 이상한 거야


장녀 K의 엄마 지화자 여사는 항문외과 시술을 받은 지 2주가 지나고 있었다. 이때 마침 장녀 K는 브라질 유도라는 주짓수 수련을 하다 안압이 올라 오른쪽 눈의 실핏줄이 심하게 터졌다. 냉찜질을 해도 출혈이 멈추질 않고 끔찍할 정도로 멍이 검어지기 시작했다. 동네 병원에서 소견서를 받아 여의도에 있는 대형병원을 찾았다. 장녀 K도 퉁퉁부은 눈으로 머리 MRI를 찍고, 진단서와 영수증을 챙겨 병원 여러 부서를 홀로 찾아다니는 게 쉽지는 않았다. 비슷한 시간, 동네 병원에서 시술 부위를 소독하고 있을 엄마가 생각난 건 그때쯤이다. 힘들기는 나이 든 사람이 더하겠지 싶었다.


‘엄마도 기운 빠졌겠다. 데리러 가야지.’  


여의도에서 등촌동으로 출발하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데리러 갈게. 같이 점심 먹고 집으로 갈까?”


“효정아, 엄마 심각한 가봐. 조직 검사를 좀 받아보래.”


“응? 뭔 소리야, 갑자기.”


“아주 드문 경우니까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어, 선생님이….”


“암일까 봐?”, “응.”


장녀 K는 신호에 걸려 재빨리 검색을 해보았다.


‘치질, 치루에서 발전할 수 있는 암…. 항문 암, 수술…. 장루…. 매우 드문 경우….’


장녀 K의 가족은 암에 대해 정말 무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외가, 친가 통틀어 암으로 고생한 사람이 없었다. 엄마 말로는 튜브를 삽입하기 위해 찢었던 항문 옆 작은 상처가 전혀 아물지 않았다고 했다. 농양 빼는 시술은 3mm 튜브 관을 삽입해 고름이 관을 타고 흘러내리다가 2주 정도 후에 상처는 아무는 게 보통이라고 했다. 아물지 않는 상처는 이상한 거라는 걸 그때 알았다.




일주일 후에 나온다는 결과는 그 주 금요일에 나왔다. 병원에서 아침 일찍 연락이 왔다. 보호자와 함께 오라는 내용이었다.


“뭐가 있나 보다.”


“무슨 소리야, 또 미리 걱정하고 있어!”


장녀 K는 겁먹은 엄마와 함께 곧장 병원으로 갔다.


의사의 설명은 간단했다.


- 소견서를 써 줄 테니 원무과에 가서 받아라.  그걸 가지고 큰 병원으로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라.

- 암 환자 등록을 하면 의료보험공단에서 치료비 지원이 있을 거다. (본인부담률은 5%. 단, 5년 동안)



장녀 K는 멍한 정신을 떨쳐내고, 의사에게 간신히 물었다.


“병원을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죄송하지만…. 그건 저희가 할 수가 없습니다. 우선 정밀 검사를 받으셔야 해요. 저희 병원은 검사 장비가 없습니다. 검사 장비가 있는 병원을 가셔야 해요. “


누구에게 제일 먼저 알리지? 뭐부터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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