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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녀 K Mar 29. 2023

아임 낫 효녀

프롤로그

엄마는 65세가 넘어가니 여기저기 아픈 곳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서 끊임없이 시장을 보고 김치를 담고, 집안일을 한다. 누가 시키는 사람도 없고, 정작 그렇게 먹어치우는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기분이 좋으면, 일을 과하게 하다가 몸살이 나거나 컨디션이 안 좋아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신다.

이번에는 치질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엄마는 병원을 찾지 않고, 문화 센터 영어 수업을 갈 준비를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걸 왜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어. 같이 가? 문화 센터고 뭐고 병원 먼저 가야지."

장녀 K도 같이 가준다고 말은 했지만, 원고 일이 그즘 몰려있었다. 밤을 새워 일한 다음 날이라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엄마는 정말 아팠는지, 마지못해 혼자 항문 전문병원을 예약해 다녀왔다. 그날 오후, 작업실에 있는 장녀 K에게 전화가 왔다.

"치질은 아니고 농양이래. 볼록 튀어나온 부위를 찢어 고름을 짰어. 거기에 튜브로 된 관을 넣으면 농양이 흘러나온대."


“많이 아팠겠네.”


“얼마나 아팠는지 몰라. 눈물이 찔끔 났어, 야.”


“알았어. 얼른 가서 쉬어, 엄마”


의사 선생님이 농양 같은 경우에는 2주 후에 보통 관을 뺀다고 했다. 얼마나 된 종기인지 모르겠지만, 혈변이 나오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분명 엄마는 병원 갈 생각을 안 했을 거라고 장녀 K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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